오피니언 기고

불황기에 기회 맞은 중소 수출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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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고단하고 어렵지만 그런 중에도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충격과 가장 빠른 회복을 나타내고 있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상반기 우리나라의 수출실적은 1654억 달러로 영국·러시아 등을 앞서 세계 9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세계 12위의 수출실적과 비교해 3계단 올라선 것이다. 이는 세계 전체가 경제위기로 인해 소비와 수입을 줄이는 중에 거둔 결과여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크다고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성과가 나타난 배경과 그 성과가 앞으로도 이어질지 여부다.

먼저 우리나라 수출이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선전한 가장 큰 이유는 수출 상품과 지역 다변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수출지역 면에서 볼 때 10대 수출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전체의 90%가 넘던 때(1970년)도 있었으나 지난해엔 59.7%로 낮아졌다. 아울러 10대 수출상품의 수출비중은 1970년 81%에서 2000년대 이후 6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경기변화에 따른 해외 소비자의 구매행태 변화에 기업들이 잘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차량 구매자가 구매 후 1년 이내에 실직 등의 이유로 운전을 할 수 없는 경우 차량 반납이 가능토록 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불황기에 소비가 움츠러드는 대표적인 내구재인 자동차 판매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셋째로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지원의 효과를 들 수 있다. 정부는 환변동보험의 지원 확대, 중소기업 수출보험·보증체계의 구축, 수출금융제도 개선 등과 함께 해외 마케팅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실행함으로써 특히 중소기업들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했다.

한편 지금의 수출실적이 지속적인 추세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 수출의 과제였던 너트크래커(Nut-Cracker) 현상의 극복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본다. 즉, 그간 선진국의 고가상품과 개도국의 저가상품으로 양분되던 해외 소비성향이 불황기를 맞아 가격과 품질을 함께 고려하는 실용적 소비성향으로 바뀌면서 선진국에 손색없는 품질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낮고 합리적인 가격을 지닌 우리 상품이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품질과 브랜드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더 많은 기회와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중소 수출기업은 무엇보다도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것이 수출 경쟁에서의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로써만 가능하다.

남들은 모두 위기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 위� 속에서 세계 9위의 수출실적을 거두어냈다. 정부와 기업은 2인3각 경기에서처럼 호흡을 맞추어 기업 브랜드와 국가 브랜드를 동시에 제고함으로써 경제위기의 극복은 물론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앞당길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안병수 서울디지털대 교수·국제금융통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