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부른 부실 교도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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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탈주범들이 교도소에서 흉기를 만들어 버젓이 법정까지 소지하고 가는 등 교정 행정이 허술하기 짝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탈주범들이 미결수 사동의 검신대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것을 사전에 알고 철저한 준비 끝에 흉기를 반출한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 재소자 관리 허점〓교도소측은 재소자들이 위해물질을 반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미결수.기결수 사동과 공장 등 3곳의 출입문에 금속물질 등을 탐지하는 검신대를 설치해 놓고 있다.

그러나 교도소측은 미결수 사동 검신대가 평소 잦은 고장으로 작동되지않을 것을 우려해 법정에 출두하는 수감자들을 한차례 육안 검사를 한 뒤 통과시켜 왔다.

교도소측은 탈주범 鄭씨 일당에 대해서 육안검사와 함께 X-선 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교도소 관계자는 "보통 육안 검사로 몸 수색을 마치는 실정" 이라고 털어놓았다.

탈주범들이 교도관들의 눈을 피해가며 감방에서 흉기를 만든 부분도 문제다. 법무부 관계자는 "야간에는 교도관 1명이 1백50여 명의 재소자를 관리하는 실정이어서 재소자들의 행동을 관찰하기 힘들며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 이라고 말했다.

◇ 교도소.경찰 공조 부재〓탈주범 3명이 도주한 뒤 광주교도소측은 40여분이 지나서야 이들의 탈주사실을 경찰에 신고, 도주로 차단이 지연되는 등 공조 체제가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

탈주범들이 광주지법 법정에서 교도관을 찌르고 달아난 시간은 24일 오후 3시45분. 하지만 교도소측이 광주 동부경찰서에 통보한 것은 41분이 오후 4시26분이었다.

◇ 검찰 수사〓광주지검은 신남규(辛南奎)형사2부장을 본부장으로 한 수사본부를 설치, 범행 모의.탈주 경위와 흉기의 출처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광주교도소의 검신대가 고장나 탈주범들이 흉기를 몸에 지니고도 통과되는 등 계호에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교도관들을 불러 조사 중이다.

한편 검찰은 주범 鄭씨가 수감됐던 미결수 사동 감방의 철망 틀이 상당부분 뜯겨져 있는 점을 중시, 내부 공모자와 재소자 관리 소홀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 법무부 대책〓강도.살인 등 강력범의 경우 수갑과 포승을 한 채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법정에서 피고인의 신체를 구속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80조의 개정을 장기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검사의 요청에 의해서도 포승 등 계구(戒具)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흉악범들의 경우 수갑과 포승을 한 채 재판을 받도록 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김상우 기자, 광주〓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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