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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우리는 호국 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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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10일 오전 공군회관에서 열린 제1회 ‘병역이행 명문가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단체로 경례를 하고 있다. 맨 앞줄에 서 있는 사람이 류범열씨다. 오종택 기자

"우리 가족은 군대 가서 죽고 다치고 했지만 한번도 나라를 원망한 적은 없습니다."

3대에 걸쳐 성실히 병역의무를 이행한 공로로 '병역 이행 명문가'로 선정돼 10일 대통령상을 받은 고(故) 류기태씨 가문의 장손 범열(30)씨.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이번에 상을 받게 됐다는 얘기를 어머니 윤월순(78)씨 앞에서는 한동안 꺼내지도 못했다고 했다. 어머니가 그간의 고생을 다시 떠올리며 슬퍼하다 심신이 쇠약해질까봐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범열씨 집안은 3대가 모두 국가유공자다. 그만큼 가족사도 파란만장하다.

할아버지 류기태씨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8월 국군에 자진 입대했다가 두달 후 30세의 젊은 나이에 전사했다. 아버지 류근영씨는 65년 1월 육군에 입대해 그해 10월 베트남에 파병됐다. 67년 7월 병장으로 만기전역했지만 부상과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2002년 6월 작고했다.

범열씨 역시 95년 9월 입대해 동부전선 최전방의 육군 을지부대 통신대대에서 복무했다.

운전병으로 근무하던 중 차량 배터리가 갑자기 터지는 사고로 눈을 다쳐 97년 의병전역했다. 시력을 잃어 갖고 있던 1종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등 한동안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범열씨는 2002년 아내 김소희(28)씨와 결혼하며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군에 입대한 친오빠를 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었던 아내는 범열씨의 장애를 사랑으로 감싸줬다.

범열씨의 친동생 승보(28)씨와 사촌동생 상원(26).주원(22)씨, 숙부 류영호(54)씨 등 집안의 나머지 남자들도 모두 현역으로 입대해 만기전역했다. 병무청이 집계한 결과 이들 3대에 걸친 7명의 전체 복무기간은 162개월이었다.

한편 이날 서울 공군본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송기덕(82)씨 일가는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송씨는 49년 사병으로 입대한 뒤 보병 소위로 임관, 한국전에 참전해 여덟 차례 훈.포장을 수상했으며, 세 아들과 일곱명의 손자는 모두 병장으로 만기전역했다.

병무청은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3대가 현역 복무를 완료한 40개 집안을 '대한민국 병역이행 명문가'로 선정해 시상했다고 밝혔다.

채병건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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