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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르 벗는 이란 여성들…개혁파 35명 의회진출할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지난 18일 실시된 이란 총선에서 여성과 젊은층이 개혁파의 압승을 이끈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20여년간 계속되던 신권정치는 막을 내리고 개혁.개방정책이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

개혁파는 당장 22일 수감 중이던 개혁파 지도자 압둘라 누리 전 부통령을 임시 석방하는 등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번 총선은 또 이란 내부는 물론 중동국가의 정치 지형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 여성 파워〓이번 총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여성후보들의 약진. 6천여명의 입후보자중 7.2%인 4백24명이 여성이었고, 이중 약 35명이 의회 진출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 여성의원은 15명이었다.

이같은 수치는 여성들의 정치참여가 활발한 유럽 등과 비교할 경우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슬람 문명권에선 놀랄만한 수준이다.

여성파워가 이란에서 특히 강한 것은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여성들의 교육기회가 꾸준히 향상됐기 때문이다.

현재 테헤란대 등 이란의 대학생 중 50% 이상이 여대생일 정도다.

여성후보들은 이번 선거에서 ▶강제결혼 철폐▶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권리 확대▶남녀임금 차별 철폐▶남녀의 법적 평등권 보장 등을 공약으로 내걸어 여성들로부터 몰표를 받았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남성 우위의 이슬람 사회인 이란에서 여성들의 정치참여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페르시아 민족의 전통의상으로 여성들이 착용하고 있는 '차도르(머리에 두르는 두건)' 를 벗어던질 날도 멀지 않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 개혁.개방정책 가속화〓성직자를 비롯한 보수파의 반발로 주춤거렸던 하타미 대통령의 개혁.개방정책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3월부터 시작될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에서 선언한 외국자본 유치와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29개로 제한돼 있는 수입품목도 크게 늘리는 등 수입자유화와 정부의 규제철폐를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환율제도도 정부가 관리하던 이전의 방식에서 탈피해 시장의 자율에 맡길 예정이다.

하타미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서방세계와의 관계복원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 중동정치 지형 변화〓주변 중동국가에도 민주주의의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요르단 등 왕권이 유지되고 있는 나라는 물론 이라크나 리비아 등 1인 통치가 계속되고 있는 나라들도 국민들의 민주주의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및 시리아와 추진 중인 평화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의 보수파는 이슬람 문명권의 단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레바논 남부에 주둔 중인 이슬람 게릴라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등 평화협상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총선 결과 개혁파의 승리가 확정되자 환영을 표시하고, 미국도 이란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한 것에서도 이러한 기대를 읽을 수 있다.

◇ 개표결과〓관영 IRNA통신과 국영TV는 "선거관리위원회가 21일 현재(현지시각) 80%의 개표를 진행 중인 가운데 개혁파가 67%의 지지를 얻었다" 고 보도했다.

개표가 이러한 추세로 계속될 경우 개혁파는 총 2백90석 중 1백90석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전 의회에서는 총 2백70석 중 개혁파는 80여석에 불과했으며, 보수파가 1백20석 이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새로 당선되는 6대 의원들은 4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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