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장기민원 해결 프로공무원 권태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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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국 최초로 주택공사를 아파트 재건축사업에 끌어들인 포항시 권태주(權泰珠.43.6급)주택계장. 지난해 4월부터 7차례나 서울을 오르내리며 주공 관계자들을 설득한 결과다.

1978년 지어진 포항시 북구 환호동 환호주공아파트(10.13평형, 1천4백80가구)는 1996년 대림산업㈜과 재건축 계약을 맺었으나 '재건축뒤 지분이 적다' 며 1백50여가구가 이주를 거부하는 바람에 계약이 해지돼 재건축이 표류해왔다.

權씨는 지난해 4월부터 이 장기민원에 팔을 걷고 나서 주공 도시정비처장등을 잇따라 만나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맡아달라" 고 졸랐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한다" 며 반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주공이 내린 결론은 "1백억원의 손실이 예상돼 도저히 재건축에 참여할 수 없다" 는 것. 그는 물러서지 않고 직원 4명과 머리를 싸맸다.

결국 높게 책정된 주공의 설계.공사비를 20% 낮추고 시비 40억원으로 단지 연결도로(너비 20m 길이 3백20m)를 새로 뚫고 대림과의 정산금(4백20억원)을 50억원 낮추는 방안을 마련, 주공에 제시했다.

마침내 작년 10월 주택공사 사장이 정장식(鄭章植)시장에게 재건축 참여를 알려왔다. 주공관계자들은 "권씨의 프로 근성에 두손 들었다" 며 혀를 내둘렀다.

작년년말 시장표창도 부하직원에게 양보한 權씨는 "정산금 중재 등 남은 문제가 많아 재건축은 이제부터" 라며 오히려 쑥스러워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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