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논두렁 태우기는 역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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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해충 방제와 산불 예방 명분으로 정월 대보름 전후 실시하는 '논.밭두렁 태우기' 가 오히려 해충 천적을 죽이는 역효과가 나는데도 매년 태우기가 거듭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에 따르면 논.밭두렁에서 겨울을 나는 곤충 가운데 해충인 멸구.파리류 등은 11%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천적인 거미류는 89%나 된다.

또 거미류는 이들 해충보다 낮은 온도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겨울철에 논.밭둑을 태우면 해충은 땅속에 숨어 죽지 않을 가능성이 큰 반면 천적류는 불에 타죽는다.

기술원의 실제 조사 결과 3년 동안 논두렁을 집중적으로 태운 지역과 불을 놓지 않은 지역의 해충 밀도는 태운 지역이 5~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농진청은 논.밭두렁을 태우지 말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수차례씩 자치단체들에 보냈다.

그러나 충남도의 경우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를 논.밭두렁 태우기 기간으로 정하고 15개 시.군별로 대대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태우는 면적은 1천9백49ha. 자치단체들은 농민들이 이 작업을 관행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태우지 말도록 홍보해도 효과가 없어 차라리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서산시 조상수(趙相秀)산림보호담당은 "행정기관 지도 아래 논.밭두렁 태우기 작업을 일제히 실시하는 게 산불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고 주장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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