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파란] 검찰이 지적한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앞으로 공안 수사가 무척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국가보안법을 대체할 열린우리당의 특별법안과 형법 개정안에 대해 한 공안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선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파괴활동금지법(가칭)에는 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 구성 가입죄'가 없어졌다. 따라서 단순히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단체에 가입한 것만으로는 죄가 안 된다. 예를 들어 노동당에 가입한 뒤 북한을 위해 구체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범위가 대폭 축소된 보안법상의 찬양.고무죄 부분도 공안 당국의 입장에선 불만이다. 대체법안(5조)은 "적대적 국가 또는 단체의 활동을 선전.선동하면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주권을 부인하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린 경우"로 한정했다.

따라서 김일성을 찬양하는 유인물을 배포하거나 인터넷으로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놓아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를 처벌하려면 대한민국 체제를 부인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비난받아 온 찬양.고무죄와 관련, 중앙대 법대 제성호 교수는 "악용의 소지가 없다면 존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국가 단체 가입 등 국가 안위와 관련된 수사의 단초는 찬양.고무 행위의 동기 등을 살펴보면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찬양.고무죄가 없어지면 공안 관련 수사의 대부분은 시작하기도 힘들게 된다는 뜻이다.

일례로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 안기부법을 개정, 안기부의 수사 대상에서 찬양.고무죄를 제외시켰다가 대공 수사에 큰 차질을 빚었던 적이 있었다. 결국 3년 뒤 안기부법을 다시 개정했다.

형법의 일부만 개정할 경우 기존의 보안법을 대체하기가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의 대체법안에 반국가 단체 가입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찬양.고무의 범위를 보다 강화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할 목적'등 모호한 표현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진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