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1명에 형제끼리 송사·답사…섬 분교 마지막 졸업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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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학생이 두형제 뿐인 서해 외딴 섬의 분교에서 초미니의 마지막 졸업식이 열려 울음바다를 이뤘다.

전남 목포항에서 뱃길로 2시간30분 거리인 전남 신안군 안좌면 사치도에 있는 안좌초등학교 사치분교. 교사 1명과 학생 2명이 전부다.

18일 열린 졸업식은 김용진(金龍震.50)교사가 치사부터 사회까지 도맡고, 송사.답사도 유일한 재학생인 동생 崔상채(11.4년)군과 역시 유일한 졸업생인 형 상민(13)군이 주고 받았다.

형을 보내는 동생 상채군은 "모교를 항상 잊지 말고 훌륭한 사람이 돼달라" 며 울먹였다. 형 상민군은 "동생과 저를 자식처럼 보살펴준 선생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 고 했다.

섬에 30여가구가 살지만 대부분 뱃일을 나가 축하객도 崔군의 부모와 마을노인 등 10여명이 고작이었다.

특히 이같은 졸업식도 마지막이어서 교사.학생.하객 모두 눈시울을 적시며 안타까워했다.

단 한명만 남은 재학생 상채군이 새 학기부터는 배를 타고 본교인 안좌초등학교(안좌도 소재)에서 공부하게 돼 사치분교 자체가 문을 닫게 된 것. 이는 개교 44년만의 일이다.

사치분교는 전교생이 78명이던 1972년 농구팀이 제1회 전국 소년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 전국적으로 큰 화제가 됐었다. 이 섬소년들의 신화가 영화 '섬 개구리 만세' 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신안〓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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