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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세종시 만들려면 제대로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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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운찬 국무총리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이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찬을 하기 직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준양 포스코 회장, 현재현 동양 회장, 주호영 특임장관, 박용현 두산 회장, 강덕수 STX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조석래 전경련 회장, 정 총리,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김형수 기자]

“세종시를 자족도시로 만들기 위해 기업인들의 참여를 부탁합니다.”(정운찬 총리)

“만들려면 제대로 된 도시로 만들어 주십시오. 다만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대기업 회장들)

17일 밤 정운찬 국무총리와의 만찬에 참석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단은 “세종시 기업 이전은 국가 경쟁력을 잘 갖출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전 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만찬에 참석한 한 재계 관계자는 “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했다”며 “정 총리가 회장단에 평소 아는 분들이 많아서 여러 이야기가 아주 많이 오갔고 세종시가 잘돼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이어 “회장단은 정 총리에게 ‘세종시를 만들려면 제대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세종시로 이전할) 개별 기업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정 총리가 정부의 세종시 구상을 역설하면 회장단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긍정적으로 대답했다는 것이다.

만찬은 “쌀 소비를 촉진하자’는 의미로 막걸리 누보(햅쌀로 빚은 막걸리)를 기울이면서 두 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병이 작아서 여러 병을 비웠고, 막걸리 잔이 꽤 돌았기 때문에 취한 분도 계실 것”이라고 전했다. 정 총리는 박용현 두산 회장에게 “제가 (서울대) 총장을 할 때 서울대 병원장으로 모셨던 분”이라며 친분을 과시했고, 최태원 SK 회장에게는 “SK가 야구를 져서…”라며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이 전무는 “정 총리가 재계의 화답을 받고 상당히 흡족해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만찬에 앞서 세종시 이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이자 전경련 회장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내년 사업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왔다”고만 말했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세종시 이전과 관련해 10개 회사가 MOU를 교환했다는 말도 나오는데 회원사에 물어보니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가세= 이날 한나라당은 세종시 특별위원회 2차 회의를 열었다. 정의화 위원장은 “특위는 결코 정부 들러리 역할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이 특위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언론을 통해 법 개정 방침까지 공공연히 밝히는 것은 올바른 당정관계의 모습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특위는 이날 국토해양위 등 관련 상임위의 당 전문위원으로부터 세종시 진척을 보고받았다. 19일에는 세종시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정부가 재벌을 줄 세우고 세종시 때문에 계획돼 있던 다른 도시들이 빈 껍데기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창규·백일현·선승혜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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