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소극장 오페라 페스티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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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소극장 오페라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보다 주역 가수들의 앙상블에 초점을 맞춘, 비교적 짧은 작품이 대부분이다.

모차르트.로시니 등의 오페라 부파(코믹 오페라)이거나 20세기에 작곡된 것이 많다.

지난 3일 국립극장 소극장 무대에서 막이 오른 '제2회 서울 소극장 오페라 축제' 는 그랜드 오페라 일색의 국내 오페라계 풍토에서 아기자기하면서도 쏠쏠한 재미를 주는 '작은 오페라' 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게다가 대부분이 국내 초연작이다.

16일 막이 오른 로시니의 '도둑의 찬스' (음악친구들, 연출 이소영.지휘 김정수), 모차르트의 '사랑의 정원사' (카머 오퍼 21, 연출 유희문.지휘 강기성)는 젊은 지휘자.연출가들의 튀는 개성을 비교할 수 있어 흥미롭다.

대규모 합창단을 필요로 하는 군중 장면이 없어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형 무대에서는 가려지는 주역 가수들의 개인기를 근거리에서 즐길 수 있다.

전체적으로 코믹적 요소가 강조되다 보니 아리아보다 레치타티보가 많이 나오고 그만큼 가사 전달도 빠르다.

제대로 된 번역만 뒷받침해준다면 원어보다 우리말로 부르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이 두 작품에서 나타나는 하녀와 마님의 역할 바꾸기는 코믹 오페라의 전형적인 줄거리다.

단막 오페라 '도둑의 찬스' (1853년)는 신분증이 들어있는 귀족의 가방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이 귀족과 결혼하기로 한 여성은 동정을 살피기 위해 하녀와 옷을 바꿔 입는다.

결국은 자기 짝을 찾아 결혼하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만 그 과정이 재미있다.

코믹 오페라는 연극적 요소가 강조되는 편이지만 이 작품에선 제스춰나 코믹 연기가 음악에 악센트를 주는 범위 내에서 펼쳐진다.

선글라스.자전거.우산 등 갖가지 소품을 활용해 현대적 이미지로도 다가온다.

파스텔톤의 무대 미술과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무대 디자인의 박동우, 자연스런 연기와 탄탄한 발성을 선보인 소프라노 오은경(베레니체 역), 가볍지만 결코 천박하지 않은 연기를 선보인 바리톤 전기홍(파르메니오네 백작 역)과 메조소프라노 김현주(에르네스티나) 등이 속사포처럼 뱉어내는 가사인데도 한치의 오차도 없는 환상의 앙상블을 빚어낸다.

'사랑의 정원사' (1774년)도 얽히고 설킨 착각과 위장 가운데 커플이 정리되는 해피 엔딩의 드라마.

테너 김남희(포데스타 영주 역)의 코믹 연기가 돋보이지만 전체적으로 활기에 넘치는 연출이 다소 부자연스러울 때도 있다.

20일까지 오후 7시, 토 오후 3시 추가, 일 오후 4시. 02-581-0041.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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