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재무담당 오닐 증권사장 맡아 '일보전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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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미국 월가에 사상 최초의 흑인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14일 최고재무담당자(CFO)인 흑인 스탠리 오닐(48)을 CEO 바로 전단계의 직책으로 여겨져온 증권영업부 사장으로 발령했다.

증권영업부는 개인 주식거래 등을 담당하는 메릴린치의 가장 노른자위 부서다.

최고경영자 겸 회장인 데이비드 코만스키(60)가 지난해 6월 갑작스레 사임한 최고운영책임자(COO) 허버트 앨리슨 이후 마땅한 후계자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마당이어서 오닐의 이같은 발탁은 월가를 술렁거리게 만들고 있다.

코만스키는 늦어도 5년 뒤에는 은퇴하겠다고 공언해왔다.

1만4천2백명의 주식 중개인과 7백개의 지점, 11조3천억달러의 고객 자산을 운용해야 할 위치에 오른 오닐이 그동안 주식 중개 업무 경력이 전무하다는 것 또한 화젯거리가 됐다.

1986년 제너럴 모터스(GM)에서 메릴린치로 옮긴 오닐은 정크 본드와 법인 영업 등을 담당해 왔다.

따라서 앞으로 오닐이 증권영업까지 관장한다면 사뼁【?유일하게 투자은행 영업의 전분야를 섭렵한 '만능맨' 이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오닐은 법인영업 담당인 토머스 데이비스, 뮤추얼 펀드 담당인 제프리 피크 등과 차기 회장을 놓고 경합을 벌여 왔다.

그러나 이번 승진으로 오닐이 선두주자로 나서게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월가에서 성공한 몇 안되는 흑인 중 하나인 오닐은 GM의 조지아주 조립공장 야간조로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케터링대학이라고 알려진 GM연구소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GM의 장학금으로 하버드대에서 회계 경영학 석사를 받는 등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수성가한 인물.

GM에서는 8년간 재무담당을 맡아왔다.

코만스키는 오닐에 대해 "리더십이 뛰어나고 전략 구성에도 탁월하다" 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2년 안에 메릴린치의 회장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못박았다.

증권영업부 경영성과가 오닐의 회장 승진에 최대 변수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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