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에 영화 '귀향' 출품한 장이모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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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터넷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인간의 근본 감정은 변하지 않습니다. 나는 영화에서 인생이 가진 불변의 요소들을 담아낼 것입니다. "

중국을 대표하는 장이모(張藝謨)감독(49)이 사제간의 정을 그린 '귀향' (Road to Home)을 들고 베를린 영화제를 찾았다.

40년간 벽지 시골학교 선생을 지낸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듣고 도시에 사는 아들이 고향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아들의 회상을 통해 아버지(선생)의 헌신적인 교육열, 그리고 어머니와의 젊은 시절 러브스트리가 담백하게 펼쳐진다.

"내 영화들 중 다수가 시골이 배경인 것은 정서적으로 친숙하기 때문이지 이분법적으로 나눠 도시를 혐오하기 때문은 아니죠. 이번 영화의 장면 중 농가에 영화 '타이타닉' 포스터를 붙여 놓은 것도 지금은 농촌과 도시의 구분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

중국의 정치상황이 작품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정치환경이 어떻든 내 예술세계를 꿋꿋하게 지켜가면 되는 것 아니냐" 며 피해갔다.

또 "영화 속에서 학생들이 선생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종적 관계로 그려진 것은 중국의 과거를 찬미하는 게 아니냐" 는 추궁에 "이 영화에 정치적인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현재와 과거의 중국 농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무리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라고 답했다.

중국의 영화산업과 관련, 그는 "헐리우드 영화들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어 위기감이 높다" 며 "이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관객에게 다가가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잡혀가고 있다" 고 설명했다.

데뷔작인 '붉은 수수밭' 으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대상을 타면서 유명해진 그는 중국의 세계적인 여배우 궁리(鞏利)의 전 남편.

궁리가 이번 영화제 심사위원장이 된 데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중국 영화계로서는 아주 큰 영광이며 그녀가 대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쾌거" 라면서 "그렇다고 내 영화가 심사과정에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 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베를린〓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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