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헤더웨이사 첨단주 외면으로 수익률 급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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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지난해 5월 '금세기 최고의 투자자' 인 워렌 버핏(69)이 이끄는 투자운영사 버크셔 헤더웨이의 주주총회장. 한 주주가 손을 들고 일어나 "왜 요즘 잘나가는 마이크로소프트(MS)주식에 투자하지 않느냐 "고 물었다.

그러자 버핏은 주저없이 이렇게 답했다. "만약 반드시 하이테크 기업 중 하나에 투자를 하도록 되어있다면 MS주식을 살 것이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다. 나에게는 음료업계의 미래처럼 명확하게 하이테크의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

그는 지난해말 빌 게이츠 MS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나에게는 하이테크에 대해 아무리 설명하려 해도 소용없으니 차라리 침팬지에게 설명을 해주지 그래" 라는 말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30년간 투자종목 선정과 관련,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버핏이 요즘들어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부터 세계증시에 불어닥친 인터넷 주식 돌풍 때문이다. 정보통신 관련주들은 폭등하고 있는데 버핏이 집중 투자한 코카콜라.질레트 등 전통적인 제조업체의 주가는 계속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버크셔 헤더웨이의 주가하락으로 이어져 지난 한해동안 연초대비 23%가 떨어졌다. 게다가 버크셔 헤더웨이가 1998년 2백20억달러를 들여 사들인 재보험회사 제네럴 리도 지난 한해에만 1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고 자회사인 가이코 보험사도 실적이 영 신통치가 않'다.

버핏은 그의 스승인 벤자민 그래햄의 지도에 따라 시장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지만 이익을 낼 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즉 내재가치가 큰 기업의 주식에 집중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실제 이런 기법으로 버핏은 지난 30년간 연평균 24%에 달하는 고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주식이 뜨고 전통적인 제조업체의 주식이 가라앉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월가에서는 "인터넷 시대에 뒤처진 버핏의 시대는 갔다" 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버핏은 "넘쳐나는 인터넷 기업 중에서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 며 "하이테크주는 계속 무시할 것" 이라는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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