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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경영혁명' 초고속 질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코스닥시장에서 인터넷 벤처 황제주로 불리는 다음커뮤니케이션에는 요즘 삼성.제일제당.한국통신 등 내로라 하는 대기업 관계자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이 회사의 마케팅 전략.인사 관리.기업 문화 등을 벤치마킹해 향후 인터넷 사업에 참고하기 위해서다.

조은형 과장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들이 1주일에 한번꼴로 방문하고 있다" 고 말한다.

인터넷 벤처가 재계를 바꿔가고 있다.

잇따른 벤처 성공신화에 자극받은 대기업들의 인터넷 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벤처형 경영방식 도입도 잇따르고 있다.

◇ 벤처식 경영 배우기〓벤처기업 경영의 특징은 지주회사화를 통한 시너지효과 기대 및 스피드.유리알 경영을 통한 높은 경영효율 추구.

자회사 4곳이 코스닥에 등록된 메디슨과 연구 중심 지주회사로의 변신을 추진 중인 새롬기술 등 중견 인터넷 벤처가 지주회사화에 따라 기대하는 것은 관련 첨단기술 확보 및 투자수익. 경영 참여는 일절 없다.

인터넷 투자에 나선 대기업들도 지주회사 설립에 적극적이다.

종합상사인 삼성물산은 인터넷 사업 확대를 위해 최근 벤처형 조직문화 도입 등을 경영원칙으로 정했다.

메디슨 이흥규 부사장은 "벤처가 추구하는 지주회사는 투자회사들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경영권 확보를 중요시하는 대기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고 말한다.

◇ 고용시장 혁명〓벤처기업에서 실시 중인 스톡옵션, 높은 성과급 등을 바라고 벤처기업으로 향하는 직장인들이 줄을 이으면서 대기업 중심의 기존 고용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정호 박사는 "국내 37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5명 이상이 대기업보다 벤처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등 우수 인재들의 대기업 기피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고 말했다.

대기업 인력의 벤처기업행도 심각하다.

삼성의 경우 삼성SDS.삼성전자.삼성물산 등에서 이미 1천명 이상 빠져나갔으며, 2월 말 성과급 지급 후 또 한차례 탈출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걱정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인재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연봉을 주는 '고액 계약직' 제도를 도입하는가 하면 성과급 적용 범위를 늘리고 있다.

LG전자는 인센티브 제도를 연구개발직에서 사무직까지 확대하는 한편 신기술 개발 담당자에게는 로열티 수입의 20%까지 주기로 했다.

◇ 달라지는 기업문화〓제일제당은 벤처기업을 벤치마킹한 뒤 올들어 자율복장 근무제를 도입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한국소프트중심 김연아 본부장은 "부장급 이상 간부들이 20대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신입사원들에게 간부 컴퓨터교육을 정기적으로 맡기고 있다" 고 말했다.

삼성SDS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회사 지시사항이나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회의가 매일 있었지만 이제는 꼭 필요한 아이디어 회의 외에는 '회의' 가 없다.

이 회사 유연빈 과장은 "기업환경의 인터넷화에 따라 기업문화도 바뀌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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