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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핸드볼 특별시 삼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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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대에 매달린 사람 엉덩이 맞히면 2점-." 학교에서 이런 식으로 핸드볼의 재미를 맛본다면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지 않을까. 사진 속의 가곡중학생들도 마음 속에 아테네 올림픽의 영광(下)을 새기고 있었다.

"핸드볼에도 덩크슛이 있어요. 골키퍼 머리 위에서 내리꽂는 거지. 독일 간 윤경신 선수 장기가 그거야. 2m가 넘는 장대가 점프해서 방아찧듯 꽂으면…, 골키퍼는 덜덜 떨다 그냥 골을 먹지."

지난 4일 오전 강원도 삼척시 가곡중의 3학년 체육시간. 남학생 넷, 여학생 둘뿐인 3학년 전체 학생 앞에서 유교열(48)교사가 열변(?)을 토했다. 산골에 자리한 가곡중은 전교생이 13명인 미니학교다. 학생들은 입을 반쯤 벌리고 유 교사의 얘기를 들었다. 그 순간, 혹시 자신이 올림픽에서 힘차게 골네트를 흔드는 상상을 하지는 않았을까. 실제 키가 큰(1m80㎝) 김영기군은 핸드볼 선수가 돼 볼까 생각 중이란다. 2학년 이기우군도 유 교사에게 물었다. "저도 선수 할 수 있어요?" "글쎄, 키가(1m55㎝)…." 그래서 이군은 요즘 키 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스트레칭을 매일 하고 있다.

사실 유 교사는 지난해까지 삼척고(남) 핸드볼팀 감독이었다. 그러다 순환근무제 때문에 올해 가곡중으로 옮겨왔다. 이 산골 학교에서 유 교사는 아이들에게 핸드볼에 대한 열정을 심고 있었다.

이번 주 week&은 아테네 올림픽으로 불붙은 핸드볼 열기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강원도 삼척을 찾았다. "핸드볼 열기, 삼척만 같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들어서였다.

과연 핸드볼에 열광하는 별천지였다. 경기장마다 관중이 꽉꽉 들어차고, 선수들에게 사인 공세까지 벌어졌다. 유 교사 같은 이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애정이 밑받침이 돼 한국 핸드볼이 척박한 현실에서 눈부신 성과를 일궈냈지 싶었다.

참, 핸드볼 붐이 꺼지지 않게 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주한 덴마크 대사관에 한국 - 덴마크 정기전에 대한 의향도 물어봤다. 그 대답은….

삼척.의정부=권혁주.신은진 기자<woongjoo@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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