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도 위조하다니…가위 충격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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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충격적인 수법이라며 의사들도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선수, 탤런트, 대학생 등 80여명이 '신장질환'을 위장한 수법으로 병역을 회피한 사건에 대해 김두성 병무청장은 9일 "가위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이번에 드러난 병역면제 수법은 단백질이 검출되게 하는 약물과 자신의 혈액을 소변에 섞어 의사에게 제출하는 신종방식으로 병무청의 3단계 소변분석기 검사에서도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

병무청에 따르면 이들 면제자들은 1차로 개인병원을 찾아가 '자주 피로를 느낀다', '얼굴이 붓는다'는 식으로 허위진술로 의사를 속였다. 그리고 브로커로부터 구입한 약물을 자신의 소변에 섞어 검사를 받은 뒤 사구체신염 등 신장질환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았다.

2차 종합병원 검사에서도 1차 때와 동일한 수법을 썼다. 특히 2~3일 입원하면서 받는 조직검사 때는 커피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면 신장에 질환이 있는 것처럼 결과가 나타난다는 브로커의 말을 따랐다.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의사들은 아무 의심 없이 소변검사에 나타난 수치만을 믿고 병사용진단서를 떼어줬다.

3차검사가 이뤄지는 병무청 신체검사에서는 소변채취에 징병관이 동행하기 때문에 검사 전 약물과 자신의 혈액이 담긴 식염수통을 미리 준비, 직접 자신의 요도에 주입한 뒤 소변검사에 응했다.

이들의 소변은 병무청에서 3단계로 이뤄지는 소변 분석기에서도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백뇨가 하루 1천500㎎이상이고 500㎎이상의 혈뇨가 나올 때는 사구체신염 질환으로 5급(제2국민역) 판정을 받게된다.

이들의 수법이 통한 것은 정상적인 단백뇨와 약물을 섞은 허위 단백뇨의 식별이 사실상 곤란하고 단순히 단백뇨와 혈뇨 수치에 의해 진단서를 발급했기 때문으로 병무청은 분석하고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어떤 약물을 투입할 때 신장질환으로 위장이 가능한 지에 대한 연구결과도 아직 없다. 첨단 검진능력을 갖춘 종합병원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약물을 투입해 조작한 최초 사례"라고 혀를 내둘렀다.

연합뉴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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