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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윌슨 '미래는…'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꿈' 은 인류 문명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온 원동력. 좇다 보면 어느 새 현실이 되고 그것은 또다시 새로운 꿈을 잉태한다.

영국 런던의 과학박물관 교육책임자 앤서니 윌슨이 쓴 '미래는 어떻게 시작될까□' (김태영 옮김.다섯수레.9천5백원)는 내일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에게 꿈을 안겨주는 책이다.

특히 요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정보통신 혁명을 다루고 있다.

말(馬)이 가장 빠른 통신 수단이었던 인간에게 1840년대에 등장한 전보는 하나의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전보의 출현은 물리적인 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커뮤니케이션을 낳았기 때문. 그 이후 멀리 떨어져서도 서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전화가 나왔고 1990년대에는 온 세계 정보를 하나로 묶은 듯한 인터넷이 보편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미래의 모습은. 저자 윌슨은 2002년이면 이동하면서 상대방 얼굴을 보며 대화할 수 있는 '비디오폰' 이 실용화될 것이고 2015년에는 상대방의 입체적인 모습까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홀로폰' 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의 꿈은 현재 개발 중이거나 개발이 끝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현실 문턱까지 와 있다.

통신혁명은 문화.예술의 혁명으로도 이어진다. 2010년쯤 되면 지구는 광섬유로 된 빽빽한 망과 위성에 둘러싸여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방대한 정보를 자유자재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필름을 돌리는 영화관은 역사책 속에서나 볼 수 있게될 것이며 그 자리를 디지털 영상이 대신하는 '필름 없는 영화관' 이 차지할 것이다.

그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단 몇 초 만에 컴퓨터로 원하는 영화를 복사해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게 저자의 생각. 불과 20년 전만 해도 황당하게 들렸을 그의 꿈 이야기를 듣고 코방귀를 뀔 사람은 이젠 별로 없을 것이다.

선사시대 때부터 인간은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가고싶어 했다. 신천지에 대한 원초적 욕망이 인간의 행동반경을 넓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2015년의 인간은 감지기와 조정장치가 장착된 옷을 입고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보고, 듣고, 느끼고, 움직이는 것뿐 아니라 맛보고, 냄새 맡는 모든 감각이 컴퓨터로 조절되면서 인간은 가상세계를 실체처럼 완벽하게 경험하게 된다.

거미를 몹시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 가상세계 속에서 가상거미와 늘 접하는 훈련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1997년 미국의 한 관현악단이 모차르트의 42번 협주곡을 처음 연주했다. 모차르트는 41번 협주곡까지만 작곡해놓고 세상을 떠났으나 2백년 후 컴퓨터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모차르트 양식으로 작곡된 42번 협주곡이 발표됐다.

앞으로 예술세계는 이런 컴퓨터 음악은 물론 3차원 입체 홀로그래픽으로 만든 조각품, 20년대 축음기 음반 1백만 장과 맞먹는 양의 음악과 영상이 담겨있는 디브이디(DVD) 등이 새로운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미래의 꿈을 단순한 흥미 차원을 넘어 논리적으로 전달하려한 점이 돋보인다. 책 말미에는 찾아가면 도움이 될 기술과 미래에 관한 웹사이트도 소개하고 있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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