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그늘’ 불법 낙태 단속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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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기혼여성과 같은 출산 지원 ②자녀 가구, 3자녀 이상과 같은 혜택

인공임신중절(낙태)을 묵인해 온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무분별한 낙태를 단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세기 전 낙태를 권고했던 정부의 인구 정책이 ‘낙태 근절’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저출산 대책으로 ▶불법 낙태 단속 ▶3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 혜택(국민임대주택 우선 입주권 등)을 2자녀 가구로 확대 ▶미혼모·기혼여성 출산에 대해 동일한 지원(보육료 지원 등)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기획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출산종합대책을 25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범정부 차원의 저출산 대책회의를 열어 중산층에 대한 출산지원책도 논의한다. 중산층의 출산율(1.58명)이 고소득층(1.71명)이나 저소득층(1.63명)보다 작은 것으로 조사된 데 따른 것이다. <관계기사 6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1960~70년대의 강력한 출산억제책에 비해 최근의 출산장려책은 미미한 게 사실”이라며 “낙태와 미혼모 문제를 저출산 대책에 포함시키되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특히 낙태 근절을 저출산 대책에 넣기로 한 것은 2005년 기준으로 연간 낙태 건수(35만 건)가 신생아 출생(43만 명)에 근접하는 ‘고임신 저출산’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전체 낙태 건수 가운데 96%는 근친상간이나 강간에 의한 임신 같은 ‘모자보건법상’ 예외 조항이 아닌 불법 시술이다. 불법 낙태를 하면 의사는 물론 산모도 징역 2년 이하의 처벌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불법 낙태를 눈감아 왔다. 2005년 이후 올 9월까지 낙태로 기소된 건수는 17건에 불과하다. 90년대 중반까지는 가족계획 방법의 하나로 보건소에서 무료로 낙태시술을 해줬다. 2004년 본격적인 출산장려정책이 도입된 후에도 정부는 의료분쟁 등 특수한 경우에만 불법 낙태를 기소하고 방치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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