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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숙여 주가 올린 오바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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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14일 아키히토(明仁) 일왕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오바마 대통령은 13일부터 이틀간 일본을 공식 방문했다. [도쿄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본 방문 중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유의 언변과 소탈한 이미지로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14일 미국의 아시아정책을 설명하는 연설에서 그는 일본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을 듬뿍 쏟아냈다. 오바마는 “어릴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가마쿠라(鎌倉)를 방문해 평화와 온화의 상징인 불상을 감상했다”며 “그때 머릿속에는 (불상보다) 녹차아이스크림밖에는 없었다”고 회고해 청중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대선 때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자신을 지지해준 후쿠이(福井)현 오바마(小濱)시 시민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아키히토(明仁) 일왕 내외와 만나서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정중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이며 일본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오바마의 일본 칭찬은 방일 전부터 쏟아져 나왔다. 9일 NHK와의 인터뷰에선 “어릴 적 하와이와 인도네시아에서 많은 일본인을 접했다”며 “그들의 근면성과 높은 교육수준, 훌륭한 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또 주미 일본대사관을 통해 “일본에 가면 고베 쇠고기와 참치를 먹고 싶다”며 미리 일본 음식을 높이 평가하는 메시지도 전했다.

일본 언론은 그러나 오바마의 일본 칭찬에 의도가 있다며 경계심을 표시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 등으로 일본 내 반미여론이 커질 것을 경계한 치밀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복동생은 ‘중국의 사위’=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 방문 (15~18일) 동안 이복동생을 만날 예정이다. 중국 남부 선전에 살고 있는 이복동생 마크 은데산조(43)는 오바마의 케냐 출신 아버지가 오바마의 어머니 앤 던햄과 헤어진 뒤 하버드대에서 공부하다 만난 세 번째 부인(루스 니드샌드)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두 사람은 케냐로 이주해 마크를 낳았다. 은데산조는 니드샌드의 두 번째 남편 성(姓)이다.

은데산조는 물리학 전공으로 미국 브라운대(학사)와 스탠퍼드대(석사)에서 공부를 한 뒤 에머리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2001년 광둥(廣東)성 선전에 정착한 그는 지난해 허난성 출신 중국 여성과 결혼했다. 은데산조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아내는 오바마의 열렬한 팬”이라고 말했다. 은데산조가 운영하는 고기구이 식당 ‘무우샤오카오(木屋燒<70E4>)’는 선전에만 9개 분점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은데산조는 “형을 지난해 대선 유세 중 텍사스에서 만났다”며 “나를 보자마자 형이 끌어안았는데 그렇게 강렬한 느낌은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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