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외환위기 때 세계가 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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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내년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루게 될 ‘코리아 이니셔티브’(가칭)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핵심은 ‘글로벌 금융안전망(Global financial safety net)’이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외환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글로벌 차원의 안전 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흥국과 개도국이 자체 안전판인 외환보유액 확충에 매달리지 않아도 돼 경상흑자에 집착할 이유가 줄어든다. 이는 G20가 추진 중인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체제’에도 필수적이다. 그간 선진국이 경상적자를 내고 신흥국이 경상흑자를 올리는 불균형 상황은 지난해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15일 “신흥국과 개도국들이 외환보유액을 쌓지 않아도 외환위기를 겪지 않을 수 있도록 금융안전망을 만들자는 논의가 우리의 제안으로 신흥국들의 열렬한 호응 아래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현재 우리 요청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내년 G20 재무장관회의와 서울 정상회의를 목표로 구체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안전망에는 미국 등 결제통화국과 개도국·신흥국이 IMF 중재 아래 양자 통화스와프를 맺는 방안, IMF에 국제 금융시장 안정 용도의 새로운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IMF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선진국-개도국 양자 통화스와프를 확대하거나, IMF의 기존 자금지원제도(신축적 신용공여제도 등)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결제통화국인 선진국 여러 나라가 경상적자를 안고 있는 반면 신흥국들은 경상흑자를 내고 있어 신흥국들이 외환보유액을 쌓지 않고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금융안전망의 필요성에 대부분 수긍하고 있다”면서 “환율 메커니즘을 건드리지 않고도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다는 점에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밖에 치앙마이 다자화기금(CMI)과 같은 지역 안전망과의 관계 설정, IMF의 자금 중재나 지원을 받는 경우 되레 경제적 어려움을 널리 알리게 되는 문제, 수혜국의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한 연구 검토가 IMF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안전망은 이명박 대통령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대외충격에 취약한 개도국과 신흥국들이 스스로의 보험수단으로 외환보유액을 축적하려는 유인을 줄일 수 있도록 IMF를 중심으로 글로벌 안전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처음 언급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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