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신공포' 조기 차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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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아 백신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올들어 네차례나 일어나 벌써 2명의 어린이가 숨졌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정부는 시민단체를 조사과정에 참여시키는가 하면 백신 부작용 감시를 위한 전문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떨고 있다.

백신에 고가의 온도측정 라벨을 부착하겠다는, 외국에서 보기 힘든 파격적인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담당 실무자가 수시로 청와대 등 정치권에 호출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고를 단순히 여론 달래기용 제스처나 정치권의 표를 의식한 전시행정으로 처리해선 안된다고 본다.

학계에선 백신 부작용일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며 매년 1천명 이상 발생하는 영아 돌연사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해마다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5백만회 이상 예방접종이 이뤄짐을 감안할 때 이번 사고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우연의 일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지난 3일 발생한 사망사건은 유전적 체질이 같은 쌍둥이 형제는 무사했다는 점과 지난달 20일 발생한 사망사건도 접종 후 3일이 지난 뒤 잠자는 도중 일어났다는 점으로 보아 돌연사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시간적 선후관계를 마치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 자세도 자제돼야 한다.

백신을 맞고 사망한 것이 모두 백신 때문이라면 밥을 먹고 사망해도 밥이 원인이란 논리와 다를 게 없다.

DPT로 예방되는 파상풍은 사망률 1백%에 가까운 치명적 질환이다.

만일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국민이 예방접종을 기피하다 차후 대규모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정부는 영아 사망의 확실한 원인 및 백신과의 관련 여부를 조속히 밝혀 백신 공포증을 조기에 차단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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