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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업노하우] 시계업체 로만손 김기문 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대표적 국내 시계업체인 로만손은 국내보다 해외에 이름이 더 잘 알려져 있다.

창업 초기부터 '독자 브랜드만이 살 길' 이라는 각오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방식(OEM)을 멀리하고 독자 디자인 개발에 주력했기 때문.

김기문(金基文.45.한국시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사진)사장은 연중 절반 가량을 해외에서 보낸다. 해외 세일즈를 하고, 현지 브랜드 광고 등 판촉 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카탈로그만 봐서는 모르겠다는 해외 바이어들을 설득하느라 손목시계를 1백여개씩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니는 바람에 한쪽 팔이 몇㎝ 길어졌다" 고 웃음을 짓는다.

중동지역에서부터 브랜드 이미지를 굳힌 김사장은 90년대 초 걸프전 이후 해외시장 다각화의 필요성을 절감해 40여개국으로 수출선을 넓혔다. 해외에서 얻은 '로만손' 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말 용역조사 결과 매출액(3백억원)의 2배가 넘는 6백89억원으로 측정되기도 했다.

로만손은 이런 '이름값' 을 무기로 올해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올 초부터는 자체 브랜드로 핸드백 등 고급 패션 잡화 사업에도 진출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다음은 그의 경영 노하우.

◇ 내수가 어려우면 빨리 해외로 나가라〓창업 당시인 80년대 후반만 해도 오리엔트.삼성.한독.아남 4대 메이커가 손목시계 시장을 거의 점령하고 있었다. 낯선 '로만손' 브랜드가 비빌 구석이 없었다.

그래서 시장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해외로 뛰쳐나갔다. 홍콩.두바이.이스탄불.모리셔스 같은 자유무역지대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특히 중동에서의 성공은 로만손의 성장 발판이 됐다.

◇ 시계는 브랜드다〓선진국에선 기업은 망해도 명품 브랜드는 생명을 이어가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사업주는 살아도 브랜드가 사라지는 경우가 더 많다.

시계의 기능이나 생산기술에서는 이제 스위스.일본 제품과의 격차를 많이 좁혔다. 문제는 디자인과 브랜드의 가치다.

스위스 시계의 부품은 대부분 이탈리아.대만.한국 등지에서 수입한다. 그래도 세계 정상을 지키는 것은 뛰어난 디자인과 그동안 쌓은 명품 이미지 때문이다.

◇ 1개국에 여러 대리점을 두지 말라〓우리 물건을 현지에서 팔아주는 에이전트도 고객이다. 이들에게 신의를 철저히 지키고 이들을 최대한 만족시켜야 판로가 열린다.

로만손은 한 나라에서 한 곳에만 독점 판매권을 준다. 또 판매실적이 좋으면 수출단가를 낮추거나 광고 판촉비를 지원하는 식으로 단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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