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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 보안법 대안은…] 형법만 손보나 대체법 만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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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폐기하라" 전남대생 100여명이 8일 광주시 북구 중흥동 한나라당 시지부 앞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주=양광삼 기자]

▶ "폐기 말라" 재향군인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기 권고안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박종근 기자]

열린우리당이 형법 중 일부 개정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보안법 폐기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질서 및 평화수호특별법(자유수호법)제정을 보안법 폐기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울 경우 형법만 개정하자는 것보다는 훨씬 여론의 지지를 얻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보안법 폐기 후 형법 개정=형법상 내란죄에 대한 보완과 보안법에 있는 금품수수.불고지죄를 형법에 옮겨놓는 것이 핵심이다. 폭동을 일으킨 자에 한해서만 처벌할 수 있는 형법의 내란죄 처벌 범위를 '수직적 지휘 체계를 갖춘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까지로 확대했다. 이는 보안법 존치론자들의 목소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존치론자들은 "지금은 형법상 내란죄를 적용하려면 폭동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보안법을 폐기해 버리면 폭동이 없는 반국가단체 가입과 활동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공개적으로 노동당 가입 원서를 배포하고 작성해도 폭동이 없는 한 현행 형법으로는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반국가단체 구성 및 가입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형법에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 현재의 내란 예비 음모죄에 반국가단체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자에 대한 처벌 조항도 추가했다. 이 역시 북한에서 공작금을 받아도 보안법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지적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 보안법에 규정된 불고지죄도 형법에 옮긴다. 내란 및 내란 예비 음모죄, 범죄단체조직죄에 해당하는 범법자라는 사실을 알 경우 정보기관에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보안법이 불고지죄 처벌 규정(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두고 있는 반면 신설되는 형법에는 처벌 조항을 두지 않았다. 사실상 권고 조항으로 무력화된 셈이다. 이 밖에 보안법 논쟁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였던 찬양.고무죄의 경우 "법조항이 너무 모호해 악용의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형법에 포함시키지 않고 없앤다는 것이다.

이 밖에 잠입.탈출죄는 형법상 외환죄나 간첩죄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형법에 추가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안법 대체할 법률 제정=보안법을 폐기하는 대신 가칭 '자유수호법'을 새로 만들자는 의견은 형법을 일부 보완하는 정도로는 국가 안보 저해 활동을 단속하기 어렵다는 보수층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자유수호법'과 현행 보안법의 가장 큰 차이는 북한에 대한 정의다. 현행 보안법은 '반국가단체=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바로 이 규정을 근거로 우리 공안기관과 법원은 그동안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수호법'은 2단계 설명을 거쳐 북한을 '국가에 준하는 단체'로 인정하고 있다. 이 단체는 '대한민국이 국가로 승인하지 않지만 사실상 국가체제를 갖추고 있는 통치 집단이나 국제 사회에서 사실상 국가적 존재로서 활동하고 있는 집단'이라고 이 법은 정의하고 있다. 이는 결국 헌법 규정을 내세워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보안법 존치론자들의 주장과 북한을 사실상 국가로 인정하자는 이들의 목소리를 절충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려면 한반도에서 대한민국 정부만을 인정하는 헌법(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결국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그냥 두느냐와 '국가에 준하는 단체'정도로 격상시켜 주느냐는 문제는 앞으로 보안법 개폐 논쟁에서 더욱 뜨거운 논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전진배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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