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볼거리] 연극 - '고도를 기다리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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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한국 연극계의 뚝심' 으로 통하는 연출가 임영웅이 '고도를 기다리며' 를 열 두 번째로 무대에 올렸다. 지난 31년 동안 이 작품을 다듬어 온 집념이 대단하다.

일반 관객들은 일단 선입견을 갖지 않는 게 좋다. '부조리극' 이니 '전위극' 이니 하는 식의 이론적 배경을 모두 거둬들이고 아무런 부담없이 극의 흐름에 동참하면 된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이라는 두 떠돌이 사내가 '고도' 라는 가상의 인물을 기다리며 뱉어내는 실없는 대사와 엉뚱한 행동들의 의미를 따지다 보면 연극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단지 '세상은 그렇게 부질없구나' 하는 식으로 가볍게 연극을 즐기고 그 뜻은 집에 돌아가서, 혹은 일상에서 되새겨도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연휴 기간에 뭔가 진득한 공연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안석환과 한명구의 균형 잡힌 연기도 인상적. 아일랜드 출신의 사뮈엘 베케트의 작품으로 20세기 고전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3월 5일까지 산울림 소극장에서.

오후 7시. 금.토.공휴일 오후 3시 추가, 일 오후 3시. 02-334-5915.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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