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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NMD계획 부자 몸조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해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된 영화 '스네이크 아이즈' 는 미 군부내 일부 세력과 무기회사가 첨단 요격무기 개발에 실패했는데도 이를 감추기 위해 발사실험이 대성공을 거둔 것처럼 조작한 상황에서 시작된다.

컴퓨터 화면에서 요격무기는 표적을 정확히 맞춘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은 미리 조작해 놓은 화상(畵像)이었다.

이를 눈치챈 무기회사 여성연구원이 국방장관에게 사실을 알리려 하지만 '악당' 들은 거꾸로 장관을 암살하고 연구원마저 살해하려고 뒤쫓는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적자(嫡子)로 평가받는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미스터리물이지만 결론은 역시 뻔한 권선징악(勸善懲惡).

어느 나라든 무기회사는 자기들이 만든 제품의 성능이 탁월하다는 것을 다소 과장해서라도 입증하고 싶어한다.

패트리어트 미사일도 걸프전이란 실상황에서 성능을 인정받긴 했으나 실제보다는 과장이었다. 무기회사와 연계된 군부는 그들대로 신무기 개발에 쏟아붓는 막대한 예산과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개발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게 당연하다.

미국이 추진중인 국가미사일방위 (NMD)계획이 당사자인 미국내에서조차 찬반론이 팽팽한 가운데 이미 두차례의 실험을 마쳤다.

지난해 10월 12일 첫 실험이 실시된 직후 미 국방부는 영상화면까지 동원한 브리핑을 통해 '대성공' 이라고 자랑하며 의기양양했다.

캘리포니아주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미니트맨 미사일을 이 곳에서 약 6천8백㎞ 떨어진 마셜군도에서 발사된 요격미사일이 한치 오차 없이 맞추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 발표는 화면조작까지는 아니었지만 상당부분 과장됐음이 곧 드러났다. 요격미사일이 정확한 궤도를 날지 않았고, 미니트맨과 유사목표물(풍선)을 혼동한 듯한 증거마저 포착된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19일 다시 2차 실험을 강행했으나 이번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패로 끝났다. 원인은 요격미사일의 열추적 장치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자 1백20억달러라는 거액이 투입될 NMD 계획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사실 대기권 밖에서 목표물을 요격한다는 계획 자체가 아직은 기술적으로 무리라는 주장도 많다.

러시아.중국 등 핵강대국의 반대나 천문학적인 예산도 문제다. 현 시점의 미국에 이런 엄청난 방어망이 필요하느냐는 비판도 있다.

핵무기는 물론 장거리포.화학무기 등 온갖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한반도를 생각하면 미국땅을 단 한평도 손상시킬 수 없다는 NMD계획은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면서 '부자 몸조심' 이라는 시기심(?)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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