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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당국 인질극 직후 역인질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당국이 북(北)오세티야 학교 인질극 당시 체첸 반군들의 친인척들을 인질들과의 맞교환을 위해 '역인질'로 붙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LA 타임즈는 7일 "인질극 발생 다음날인 2일부터 3일 동안 체첸 반군 지도자 친인척 40여명이 러시아군에 의해 무자비한 방법으로 끌려가 억류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주로 체첸 반군 최대 지도자 아슬란 마스하도프의 처가 식구들을 비롯한 친인척, 반군 야전사령관 샤밀 바사예프와 도쿠 우마로프의 친인척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4살박이 어린애와 젖먹이 아기들까지 포함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마스하도프의 장인 하바시 세미예프(67)는"2일 새벽 6시 러시아군이 갑자기 출입문과 창문을 부수고 들이닥쳐 잠자고 있던 나와 아내, 아들 내외, 7 ̄9세 조카 3명, 누이 등 가족 모두를 군용트럭에 태운 뒤 체첸내 러시아군 사령부로 끌고 갔다"고 전했다. 세미예프는 "잠옷 바람으로 끌려간 가족들은 24시간 동안 양손을 뒤로 묶이고 무릎을 꿇린 채 머리를 땅에 박은 상태로 갇혀 있었으며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은 발길질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러시아 당국이 베슬란 학교에 붙잡힌 인질들과 우리들을 교환하려 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역인질로 잡혔던 또다른 체첸인은"러시아 군이 우리들로 부터 베슬란 학교 인질극 주모자들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 당국이 반군 지도자들에게 그들의 친인척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반군들의 친인척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북오세티야 인질구조작전본부는 "앞서 반군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친인척을 살해한 후 이를 러시아 군의 소행으로 뒤집어 씌우려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었다"고 주장했다. 구조본부측은 또 체첸 여러 지역에서 베슬란시 학교 인질극과 관련한 분노를 반군 가족들에게 풀려는 집단들이 생겨났다는 정보도 입수됐었다고 강조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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