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 지역구 살려달라" 의원들, 항의·읍소 줄이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7일 본격적인 선거구 획정작업을 벌인 선거구획정위는 오전과 오후 표정이 달랐다.

오전만 해도 통합대상 22개 선거구를 일사천리(一瀉千里)로 통과시켰던 획정위원들은 오후 들면서 인구 9만명에 미달하는 농촌 선거구의 조정문제로 진통을 거듭했다.

여야 3당 모두 단 한석이라도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전날까지 획정위의 인구 상하한안(9만~35만명)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던 한나라당 변정일(邊精一)의원도 '명분 따로, 실리 따로' 란 이유로 선거구 획정작업에 참여했다.

邊의원은 "선거구 획정작업은 당의 입장을 반영해야 하는 만큼 참여한다" 고 했다.

그러나 "위헌이라는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 며 총론인 9만~35만명의 인구 상하한선이 위헌인 만큼 각론인 선거구 조정도 위헌이라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대목은 여권의 '동진(東進)정책' 과 한나라당의 '수성(守城)전략' 이 맞부딪친 영남권에서다.

민주당은 의성을 의성-군위-칠곡으로, 청송-영덕과 영양-봉화-울진을 울진-영덕, 청송-영양-봉화로 재조정하는 등 경남북에서 7~8석을 줄이자고 했으나 한나라당은 선거구 조정을 통해 5석만 줄일 것을 요구했다.

15대 선거구 획정 때 대표적 게리맨더링이란 비난을 받았던 인천 계양-강화 선거구의 경우 한나라당 이경재(李敬在)의원과 민주당 서정화(徐廷華)의원이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펴 가장 큰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통폐합 지역구의 해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부총재 등 부산.경남 출신 의원 10여명은 국회에서 별도의 오찬모임을 갖고 "영남권의 집중적인 피해를 좌시할 수 없다" 고 결의했다.

이들은 "당 지도부에 특단의 조처를 건의하자" 고 의견을 모았다.

자민련 김칠환(金七煥.대전 동갑)의원은 "선거법 관련 사항은 여야간에 합의처리해야 한다.

민간인 4명이 포함된 획정위에서 투표해 다수결로 결론낼 부분이 아니다" 고 했다.

"본회의에서 문제삼겠다" (한나라당 白承弘의원.대구 서갑), "경주는 서울보다 면적이 넓다.

면적도 고려해야 한다" (한나라당 林鎭出.경주을)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여야의원과 지역민들의 로비도 쇄도했다.

특히 인천 계양-강화을의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보좌관을 회의실로 직접 보냈고, 경북 청송-영덕의 한나라당 김찬우(金燦于)의원측은 민간위원들을 직접 찾아 읍소하기도 했다.

부산 강서구의회.민주당 강원도지부가 획정위로 건의문을 보내 지역의 이해를 반영해줄 것을 간청하는 등 20여건의 건의서류가 폭주했다.

그래서 획정위 사무실에서는 간간이 고성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어수선한 분위기였고 회의는 심야까지 이어졌다.

최상연.박승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