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시가 상승률 '이유있는 1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지난 2일 659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공동주택 기준시가 고시에서 상승률 1위를 기록한 단지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이 단지는 22평형 35가구의 5층짜리 한 개 동인 경기도 안양시 비산동 원건아파트. 지난해 5250만원에서 올해 1억1250만원으로 114% 급등했다. 시세도 1억원선에서 2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등 부동산정보업체 사이트에는 등록돼 있지 않고 지역 중개업소 사이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아파트다. 집값이 크게 오른 2000년(기준시가 5100만원)부터 지난해까지 기준시가 상승률이 2.9%에 불과하다.

이런 아파트가 올해 기준시가 고시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유는 상승률 10위 내에 든 다른 단지처럼 재건축 추진 때문도 아니다.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은 맞지만 사업 방식이'재건축'이 아닌 '신축'이다. 안양시청 관계자는 "지어진 지 20년 정도 됐는데 당시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받지 않고 건축 허가를 받아 지어졌기 때문에 재건축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등 까다로운 절차나 규제를 따를 필요 없이 주인들이 합의해 허물고 건축 기준 등에 따라 새로 지으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단지가 들어선 곳이 상업지역이어서 현재 100% 미만인 용적률을 600% 정도까지 높일 수 있어 개발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지가 추진하는 대로 20~30평형대 230가구로 지어 35가구를 뺀 195가구를 일반분양할 경우 주인들은 공짜로 새 집을 짓고 여기에 추가 분양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인근 장안공인 관계자는 "매물은 몇 개 있지만 그동안 가격이 워낙 오른 탓에 매수세는 없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