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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영 외 '리눅스 혁명과 레드 햇'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컴퓨터 운영체제(OS)를 둘러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시작됐다.

골리앗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적 운영 체제 윈도우. 프로그램의 설계도인 '소스 코드' 를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도전하는 다윗은 벤처기업 레드햇과 이를 후원하는 수많은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들이다.

이들은 개방형 운영체제 '리눅스' 를 무기로 골리앗 윈도우에 전쟁을 선포했다.

1년 전만 해도 일부 컴퓨터광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리눅스는 이제 일반 사용자들 에게도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리눅스 혁명과 레드햇' (로버트 영. 골드만 롬 지음, 최정욱 옮김.김영사. 9천9백원)은 리눅스의 탄생과 사용자 공동체의 형성, 리눅스 혁명의 지원자 레드햇의 도전과 성공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지난 1991년 핀란드의 컴퓨터 공학도 리누스 토발즈가 개발한 리눅스는 윈도우와 달리 소스 코드를 공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개발자가 아니라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획기적인 배려다.

이에따라 전세계의 수많은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들이 끊임없이 기능을 개선해 인터넷으로 배포를 거듭하고 있다.

그 결과 리눅스의 기능은 윈도우를 포함한 다른 모든 운영체제를 능가할 정도로 다양하고 편리해 졌다.

리눅스는 6백50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5백메가바이트 크기의 운영체제다.

누구든지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리눅스 사용자층을 전문가에서 일반인에까지 확대하는 역할은 레드햇이라는 작은 벤처 기업이 맡았다.

수많은 사용자들의 힘으로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리눅스야말로 진정한 인터넷의 산물이라고 판단한 것. 회사의 연구개발 예산을 공동체에 무료로 제공, 기술 개발을 가속화했다.

수입은 레드햇 리눅스 공식버전을 판매하고 훈련.고객지원.상담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다.

이같은 활약으로 레드햇은 실리콘밸리의 거대 독점기업들에 맞서 리눅스를 시장의 주류로 만들어냈다.

리눅스의 탁월한 성능은 영화 '타이타닉' 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호화유람선 타이타닉호가 바다를 가르며 항해하고, 비극적으로 침몰하는 장면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미국의 '디지털 도메인' 사는 모두 1백60대의 중형 컴퓨터를 동원했다.

1백5대에는 리눅스가, 55대에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윈도우NT가 설치됐다.

리눅스는 2개월에 걸친 특수 효과 처리작업을 완벽하게 수행해 그 성능을 분명하게 인정받았다.

이 영화는 거의 모든 장면을 하나하나 특수 효과로 처리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연산해야 하는 이 대형 작업에서 리눅스는 막대한 비용을 절약하게 해줬다.

이 책은 리눅스와 레드햇의 성공에 대해 '자유 세계의 승리이자 역사발전 법칙을 보여주는 혁명적 사건' 이라고 평가한다.

그동안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폐쇄적 공간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그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에 접근할 수 없게 함으로써 통제권을 장악했다.

소스코드를 모르면 사용자 스스로 소프트 웨어를 수정하거나 기능을 향상시킬 수가 없다.

그러나 리눅스는 이를 공개했다.

사용자들이 소프트 웨어 공급자들의 독점적 통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근본적으로 소스 공개는 민주주의 사회와 자유 시장 체제의 정신과 일치한다.

뿐만 아니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더 가치있는 세계를 창출해가는 인터넷과도 맥이 닿아있는 것이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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