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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 홈페이지에 中해커들 '분노의 해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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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도쿄〓남윤호 특파원] 일본정부가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해커가 연쇄적으로 침입, 자료를 파괴하고 욕설을 써넣는 등 일본의 공공 전산망에 구멍이 뚫렸다.

최근 일본 우익단체들이 '1937년 일제의 난징(南京)대학살' 을 부인한데 반발한 중국 해커들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25일 해커가 통계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국세 조사자료 등 각종 통계자료를 삭제하고 일반인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접속 경로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총무청 홈페이지에도 검은색 배경화면에 붉은색의 중국어로 "일본정부는 왜 1937년 난징 대학살이라는 역사적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가" "역사의 현실을 똑바로 보지 않는 야마토(大和)민족은 아시아의 치욕이다" "너희들의 선조가 범한 인류문명사의 대죄를 왜 인정하지 않는가" 라는 비난문이 실렸다.

지난 24일 과학기술청 홈페이지에서는 해커가 국명을 브라질로 바꾸고 영어로 일본인을 모욕하는 글을 실었으며 미국 음란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조작했다.

통계청 자료는 원본이 보관돼 있어 큰 피해는 없었지만 일본정부 홈페이지에 해커가 침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지난 21일 일본정부가 공공전산망 안전대책 및 사이버테러 방어대책을 발표한 직후 이번 해커 침입사건이 발생, 일본정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에 따라 25일 해커가 침입한 홈페이지 서버의 작동을 중단하고 해커의 침입경로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전 부처의 인터넷 홈페이지 침입 여부와 방어 소프트웨어의 작동 여부 등을 조사중이다.

그러나 악질적인 해커의 경우 정부의 행정업무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판명돼 일본정부는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정부 전체가 문제의식을 갖고 만전의 태세를 갖추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한편 일본정부는 방위청.총리관저 등 국가기밀을 다루는 부처의 자료는 외부와 접속이 불가능한 컴퓨터에 보관.관리돼 있으므로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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