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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21] '인터넷 미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인터넷에 접속한 A씨. 어제 인터넷 화랑에 주문한 작품이 도착했는지 메일 박스를 열어본다.

그가 할 일은 도착한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것이 전부다.

A씨가 고른 작품은 요즘 한참 '뜨는' 작가인 B씨의 멀티미디어 판화다.

각종 프로그램을 이용, 1백% 컴퓨터 상에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동영상뿐 아니라 음향까지 가미됐다.

'판화' 라고 부르는 것은 파일로 얼마든지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는 에디션 개념 때문이다.

최근 홍익대 임영길 교수가 하고 있는 멀티미디어 판화 작업은 포토샵.쇽웨이브 등을 이용, 컴퓨터로 작업하고 곧바로 웹을 통해 유통시키는 이러한 방법이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님을 시사한다.

아직은 파일의 용량이 너무 커 프린터로 뽑아낸 출력물이 전부이긴 하지만 임교수는 조만간 CD롬이나 파일로 유통시킬 계획이다.

인터넷의 물결은 미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른바 웹(web)아트 또는 넷(net)아트가 21세기 미술의 새로운 경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임교수의 경우처럼 처음부터 인터넷을 겨냥한 창작이 이뤄지는 것이다.

또 인터넷은 미술의 형식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내용도 '쌍방향 소통' 이라는 웹 고유의 성격을 반영하게 만든다.

그림.조각.설치처럼 미술가가 만들어놓으면 가서 관람하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던 미술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평론가 박신의씨는 "창작의 '결과물' 인 작품보다는 관객이 참여하며 상호소통하는 '과정' 이 중요시될 것" 이라고 내다본다.

인터넷이 TV를 압도하는 시대가 오면 웹을 통해 접하는 모든 시각물이 '디지털 아트' 로 불리게 될 것이다.

가령 가나웹갤러리가 개최했던 IDAF(국제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처럼 개인 홈페이지를 어떻게 꾸미느냐 하는 일상적인 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예술가가 되는 셈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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