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뜀뛰는 전세 월세로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회사원 李모(29)씨는 최근 서울 강남 지역에 전세보증금 3천만원 내외의 10~12평짜리 원룸이나 소형아파트를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10곳도 넘게 돌아다녔지만 마땅한 집을 구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매물이 월세로만 나와 있을 뿐 전세 물량은 구경하기 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간혹 나오는 전세는 4천만원 이상이었다.

서울 강남과 경기도 신도시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전세 매물이 속속 월세로 바뀌고 있다.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한꺼번에 받아 은행에 예치해도 낮은 금리 때문에 별 재미를 못보자 전세 급등세를 틈타 매월 은행이자보다 많은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월세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덩달아 '완전 전세' 나 '완전 월세' 대신 5백만~1천만원 가량의 보증금을 내고 나머지 금액을 월세로 내는 이른바 '전.월세 혼합 방식' 도 유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서초구와 신촌 일대 등 원룸과 다가구주택 밀집지역에선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전세 2천5백만~4천만원에 거래되던 주택이 대부분 보증금 5백만~1천만원에 월 20만~60만원을 내는 월세로 전환된 상태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11평형의 경우 몇달 전까지 전세 4천만원선에서 거래됐지만 현재 보증금 1천만원에 나머지를 월세(40만~60만원)로 내는 방식이 주류다.

월세는 전세보증금의 2%를 받는 경우가 관행이지만 서울 강남이나 신도시에 비해 전세 수요가 상대적으로 덜한 지역에선 1.2~1.5%의 월세 조건으로 거래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창수(金昌洙)씨는 "소형 주택의 전세물량이 나오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계약된다" 면서 "집주인들의 월세선호 풍조가 '워낙' 뚜렷해 임대 문화가 점차 월세 위주로 바뀔 것" 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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