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군 수뇌 투항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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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모스크바〓김석환 특파원, 연합]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 러시아군과 체첸반군 사이에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체첸 야전군 지휘관 4명이 모스크바에서 투항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19일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친러시아계인 체첸 망명정부 수반 말리크 사이두라예프는 "매우 중요하고 권위있는 야전군 지휘관이 러시아와 협력하는 조건을 놓고 협상 중이며, 이 중에는 체첸 제2도시 구데르메스를 지키고 있는 반군지휘관도 포함돼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반군 지휘관들의 정확한 신원과 러시아측 협상대표 등을 밝힐 수 없으며, 협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 외에 구체적인 협상내용에 관해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는 체첸인 4명이 모스크바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확인했으나 이들을 체첸의 공식대표단으로 간주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로즈니에선 이미 시내로 진입한 일부 러시아군이 체첸군과 격렬한 시가전을 벌이는 등 총공세를 펴고 있다.

그로즈니 시내의 몇몇 거리에서는 양측이 불과 수m 떨어져 대치한 채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러시아군은 그로즈니 도심의 미누트카 광장으로 연결되는 한 교량을 장악함으로써 도심진입을 위한 결정적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체첸군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로즈니 외곽에선 헬기와 야포.중화기 등으로 무장한 러시아군이 체첸군의 전략거점인 그로즈니 남쪽 50㎞ 아르군 골짜기 삼림지대에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있다.

러시아군 관계자는 "체첸 작전이 끝나가고 있다.

그로즈니에 남아 있는 체첸반군 중 일부는 퇴각을 시도하고 있으며 일부는 투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샤밀 바사예프 등 80명의 체첸반군 지도자들이 인접 국가로 달아날 우려가 있다면서 인터폴을 통해 이들에 대한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군 사령부는 최근 3일동안 계속된 이번 작전으로 러시아군 23명이 숨지고 5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으나 체첸군 피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체첸 주둔 러시아군 부사령관인 겐나디 트로셰프 중장은 "다음달 26일까지 이번 작전을 끝낼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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