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전국 프리즘

지방재정 중앙 의존 심화시켜선 안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최근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겠다며 종합부동산세를 국세로 도입하려고 하자 자치단체장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국세로 거둬들인 돈을 지방정부에 배분하겠다는데도 지방정부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가 단순히 세수 증대보다 중앙정부의 개입이나 통제를 더 꺼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재원 배분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현 참여정부는 정부 혁신과 지방 분권을 국정과제로 삼아 소위 '분권'과 '분산''분업'등 3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과 세제 분야에서는 그동안 꾸준히 논의돼온 지방소비세 도입이 아직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단지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를 설치하기 위해 지방양여금을 폐지하고 지방교부세의 법정교부율을 2005년에 인상하는 것 등이 실현됐을 뿐이다.

이처럼 참여정부에서도 재정 분권이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지방재정을 바라보는 중앙의 시각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1995년 지방자치제 재도입 이후 지방재정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장기적인 투자보다는 각종 이벤트성 행사에 치중해 비난을 산 몇몇 지자체에 국한된 일이다.

지방재정의 근본적 문제는 역시 국세 비율이 높아 지자체 대부분의 재정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0 대 20이다. 자치단체들 중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지자체는 2004년 예산기준으로 219개나 된다. 이는 총 250개 지자체의 87.6%에 달한다. 특히 군(郡)은 평균 재정자립도가 16.6%이며 그중 10%도 안 되는 곳이 10군데나 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지방재정은 매우 취약하고 의존적이어서 재정 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묻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국세의 지방 이양은 오히려 지자체 간 재정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으므로 우선은 지방교부세 등 이전 재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지자체들의 중앙정부 의존이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어렵겠지만 지방 자치와 분권을 이루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치단체들이 스스로 자체 수입을 확대하도록 지원과 압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앙에서 지방으로 과감한 세원 이양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취약한 지방재정을 안정시키면서 지자체의 책임성도 확보하게 하는 것이다. 지자체는 앞으로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과감히 축소하고 단체 간 재정력 격차는 수평적 재정 조정제도를 통해 해소하는 등 진정한 분권 및 협력체제를 구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주민 역시 성숙한 주인의식을 갖고 지역의 살림살이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 발전이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게 해야 할 것이다.

손희준 청주대 교수 행정도시계획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