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10대 매춘 불꺼지게 하려면

최근 들어 정부와 시민단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10대 여자청소년의 매매춘을 근절하기 위해 매우 강경한 대책들을 내놓았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치이고, 그 효과도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윤락가에 대한 단속과 윤락 상대방에 대한 처벌만으로 미성년자 매매춘 문제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인가. 10대 매매춘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 산업에 유입된 경험이 있는 가출소녀들을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이들을 위한 재활시설 및 교육 프로그램이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윤락행위등방지법 제11조에 근거해 윤락여성을 수용하도록 돼있는 선도보호시설은 임시보호소 2개를 포함해 전국에 11개소밖에 없다.

이들 시설의 수용인원은 1개소에 40~50명 정도로 전국적으로 수용가능한 인원은 5 백여명 정도이며, 이들의 연간 수용인원은 1천5백명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미성년 윤락소녀가 수십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양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수다.

이에 대한 신속한 대안으로 정부는 그간 종교단체에서 비인가 상태로 운영해 오던 청소년쉼터에 대한 시설인가와 재정적 지원에 대한 방침을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가출 및 윤락청소년을 위한 시설서비스는 양적으로 증가될 전망이다. 이제 질적 서비스를 한차원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돼야 할 시점이다.

첫째, 시설에서 내실 있는 직업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원생 1인당 한달 직업교육비로 책정된 예산은 1만5천원이며 이는 교육재료비에도 못미치는 낮은 금액이다. 가출 및 윤락소녀가 향락산업으로 유입되거나 재유입 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기술과 기능을 바탕으로 노동의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효과적인 직업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원생 1인당 재활교육비는 현실적으로 조정돼야 할 것이다.

둘째,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윤락청소년의 일부는 성병.임신.약물.정신장애 등의 문제를 지니고 있으므로, 단기적 혹은 장기적 치료를 요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전문적인 치료서비스가 제공되도록해야 한다.

셋째, 그룹홈 형태의 장기거주형 재활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현재 선도보호시설은 최장 1년이 지나면 퇴소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생의 대다수는 가출상태이고, 마땅히 돌아갈 가정이 없거나 가정복귀후 재가출이 우려되는 청소년들이다. 이처럼 재가출 및 윤락가로의 재유입이 예측되는 청소년을 아무 대책 없 이 퇴소시킬 수밖에 없는 현 실정에서 그룹홈 형태의 장기거주형 재활시설의 운영이 필요하다.

넷째, 시설환경과 운영방식 및 입소조건이 변화돼야 한다. 청소년 자신들은 시설에서의 생활을 감옥에 수용돼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전근대적인 시설, 통제적인 분위기는 청소년들의 적응을 어렵게 하고 있고, 선도보호시설에 입소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로부터 윤락녀로 낙인되는 문제가 있어 입소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점차적으로 현시설을 청소년의 감각에 맞는 현대적인 시설로 개조하고, 통제를 완화해 자율책임의식을 고취시키며, 입소조건을 전환해 사회로부터 윤락녀로 낙인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정부의 서비스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 지난 17일 보건복지부의 시설인가와 재정지원 방침에 따라 그간 가톨릭단체에서 운영해 오던 청소년쉼터가 법인화될 수 있게 됐다.

한편 1992년 이래 문화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종교단체 및 청소년단체가 운영하는 청소년쉼터에 재정적인 지원을 해 오고 있으며, 연차적으로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동일한 문제를 다루는 정부부처가 분산돼 있을 경우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어려우므로 부처간의 협력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이처럼 청소년 가출과 미성년자 매매춘이라는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통합적인 복지대책을 수립하고, 그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다양한 접근방식에 따라 상호 복합적으로 추진돼야 하지만' 단계별로 우선 순위를 가려 시급히 요구되는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충옥 <한국청소년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