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선거구획정위 민간위원 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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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가 16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는 소식에 착잡해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지난 15대 총선 선거구획정위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해 선거구 조정문제를 다뤘던 인사들이다.

당시 국회는 처음으로 선거구획정위를 구성, 1995년 3월 3일부터 4월 10일까지 39일간 가동했었다.

총 7명의 위원에는 최종률(崔鐘律.전 경향신문 사장).노건일(盧健一.인하대 총장).이세중(李世中.변호사).안병만(安秉萬.미 델라웨어대 교수).조창현(趙昌鉉.한양대 부총장)등 민간위원 5명과 최재욱(崔在旭.민자). 김영배(金令培.민주)의원이 포함됐었다.

그러나 1개월여에 걸친 위원회 활동은 결국 무의미했다는 게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던 인사들의 회고다.

특히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당시 국회의원 1명의 고집을 5명의 민간위원들이 못 꺾었다" 고 했다.

이해관계가 없는 민간위원들과는 달리 참여한 국회의원들은 소속 당 이해가 걸린 사안마다 사생결단식으로 주장을 굽히지 않아 객관적이고 공정한 활동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위원장을 맡았던 崔전사장은 "위원으로 참석한 의원들에겐 소속 당과 동료의원들의 로비가 집중됐다" 며 "이 때문에 공정성 자체가 위협받았다" 고 전했다.

또다른 위원은 "입장이 여야로 갈리는 사안마다 의원들이 전원합의제를 주장, 결론을 못 내린 경우도 있었다" 며 "여야의원간에 주고받기식 거래도 벌어졌다" 고 토로했다.

실제로 당시 획정위는 도농통합 지역의 선거구 조정문제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못한 채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이들이 지적한 또다른 문제는 위원회 활동이 구속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야는 획정위 보고서를 무시한 채 그후 3개월에 걸쳐 자기들 입맛에 맞게 선거구 재조정 협상을 벌였다.

때문에 이들은 획정위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적어도 세가지가 보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의원을 배제해 정치권의 간섭을 차단해야 하며 전원합의제가 아닌 다수결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것, 그리고 위원회 결론을 정치권이 수용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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