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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터미널 ‘국제화’ 뒷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부산 중구 중앙동)이 국제항 부산항의 이미지를 구기고 있다.

이름에 걸맞는 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두가 비좁아 대형 여객선은 제대로 접안조차 하지 못한다. 입.출국장도 비좁아 이용객들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은 1978년에 건립된 우리 나라의 주요 관문.

그러나 선박이 접안하는 선석(船席)은 고작 4개 뿐이다. 현재 부산~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하마유 호.부관페리호와 부산~중국 연태간 자옥란호 등 7척이 이용하고 있다.

물론 이들 선박이 이용하기도 빠듯하다. 새로 취항할 여객선들은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2월 말쯤 부산에 취항할 예정인 금강산 유람선 현대 풍악호(2만t)는 1부두나 자성대부두(5.6부두)를 이용할 것을 검토 중이다.

3월 중순쯤 기항하는 말레이시아 스타크루저사의 크루즈 유람선(4천t)은 다대부두를 이용할 예정이다.

국제여객터미널의 입국장(1백24평)은 한꺼번에 1백60~2백50명 정도 밖에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좁다.

이에 따라 현대 풍악호(승선인원 6백50명)관광객들은 동시에 입국수속을 밟지 못할 처지에 놓여 있다.

수심(5~8m)이 얕아 대형 여객선은 접안 자체가 불가능하다.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호(5만t) 등 대형 관광선이 부산항에 들어오면 수심이 10m 정도인 1부두나 컨테이너부두 등을 이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승객은 버스로 국제여객터미널까지 이동해 입.출입 수속을 밟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등은 부산 국제여객터미널 확장의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예산타령만 하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대형 여객터미널을 신축하기로 하고 민자유치에 나섰으나 거들떠 보는 업체가 없었다.

IMF체제 이후에는 민자유치를 아예 포기했다.

국비로 신축하기 위해 지난해 타당성 용역비 13억원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영도구 동삼동 매립지에 크루즈 여객선 전용부두를 만들기로 했지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金성용 항무과장은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이 시설이 낡고 비좁아 이름 값을 못하고 있다" 며 "새 터미널을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예산확보가 잘 안 돼 답답하다" 고 말했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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