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한우물 파지말고 핵심 역량을 '네트워크화'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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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인터넷과 디지털 경제가 최대 화두로 등장한 21세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차세대 기수는 누구일까.

신한종합연구소는 16일 '초우량 중견기업의 조건'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시장에서 각광받는 벤처기업 등 우수 중견기업들이 대기업을 대신할 대표 주자라고 주장했다.

은행 및 증권사의 심사.투자분석 전문가들로부터 추천받은 6백2개 기업 중 51개사를 엄선, 지난 3개월간 밀착조사를 벌인 결과 기존 대기업과는 차별화되는 신선한 공통점들을 찾아냈다고 연구소측은 밝혔다. 이들 기업이 초우량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7가지 성공조건을 소개한다.

① '한우물 파기' 는 그만〓기업은 본업에만 매달려야 한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 관련 중소기업들은 활발한 신규사업 전개로 핵심역량을 '네트워크화' 하는 추세다.

네트워크 기술에서 핵심역량을 보유한 다우기술의 경우 사이버트레이딩.포털서비스 등 서비스 부문으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으며 미래산업도 반도체장비산업에서 인터넷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중이다.

②제품이 아니라 '솔루션(해결방법)' 을 판다〓제품에만 연연하는 기업은 더 이상 성공하지 못한다. 고객이 제품을 통해 얻고자 하는 욕구를 해결해주는, 이른바 솔루션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각광받는다. 기계류 제조업체인 유도실업은 영업사원들이 하루에 방문하는 거래처 숫자를 제한한다. 너무 많은 거래처를 나가면 사용법을 정확히 가르쳐주지 못하므로 고객 만족도가 떨어지고 덩달아 잠재고객 확보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

③적과의 동침도 불사〓급속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업이 고객이나 부품업체는 물론 심지어 경쟁업체와도 '커뮤니티(공동체)' 를 형성해 정보를 재빨리 포착, 변신해나가야 한다. 경인양행의 경우 일본의 스미토모화학, 스위스의 시바가이사와 염료사업에서 경쟁관계에 있으나 동시에 기술교류.자본투자 등으로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시장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④조직에 긴장을 불어넣어라〓종업원들이 만족감을 느껴야만 품질과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전통적 관념. 하지만 기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일자리를 줄 수 있게 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코닉스의 우부형 사장은 항상 "우리 회사가 2년 후에 망할 수도 있다" 는 점을 직원들에게 강조,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한다.

⑤종업원들에게 경영마인드를〓 '관리를 적게 할수록 경영성과가 높아진다(Managing less is managing better)' 는 게 GE 잭 웰치 회장의 말. 직원 각자가 경영주체로 활동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자부품제조업체인 보암산업은 3년 전부터 직원들이 창출한 이득의 1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있다. 예컨대 구매담당이 노력해 5천만원을 절약한 사실이 입증되면 5백만원을 즉각 지급한다는 것. 노시청 사장은 "직원들이 봉급만 받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일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고 말한다.

⑥인재 제일주의 실천〓초우량 중견기업들은 하나같이 종업원에 대한 보상을 중시한다. 삼영전자의 경우 창립 초기 자금난으로 회사가 어려울 때도 고리(高利)의 사채를 빌려서라도 월급날을 어긴 적이 없다. 대창기업.아비코 등 기업들은 ▶기업이익의 30%는 임직원들에게▶30%는 재투자에▶30%는 주주들에게▶나머지 10%는 경영자 재량으로 사용한다는 철저한 이익배분 원칙을 지킨다.

⑦ '리베로' 경영자〓코치.감독처럼 앉아서 지시만 내리는 경영자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직접 경기장에서 수비와 공격을 전천후로 병행하는 리베로 스타일의 경영자가 각광받는다. 화인텍과 유니슨산업은 납품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신상품이 뜨지 못하자 최고경영자가 현장 전문가.대학교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품질인증을 받아 판매에 성공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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