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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기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 외국회사에 환상 갖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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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외국계 기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어디까지일까. 외국기업 근무자들은 "취업 지망생들이 외국계 기업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오해 때문에 취업했다가 현실을 알고 실망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오해 뒤에 숨은 진실을 외국기업 근무자들의 입을 통해 알아본다.

◆ 외국기업은 임금이 많다=제조업체 임금은 국내 상위 기업보다 못한 경우가 흔하다. 일반적으로 임금이 많다고 생각하는 외국 금융회사나 컨설팅 회사, 은행들도 능력이나 직급에 따라 차이가 큰 편이다. 최근까지 한 외국계 은행에 근무하다가 그만둔 김모(30)씨는 "부장 이상 간부가 되면 연봉이 많이 올라가지만 그 전에는 은행의 경우엔 국내 은행들보다 못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외국기업은 퇴직금이 없다=대부분의 외국기업들이 퇴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노동법에 의무적으로 퇴직금을 주게 돼 있기 때문이다. 누진제 채택 여부만 차이날 뿐이다. 누진제를 하지 않는 경우 연봉이 누진제를 채택한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모토로라코리아 배한아 과장은 "인사제도는 기본적으로 국내법을 따르기 때문에 국내 기업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애질런트코리아 김유숙 과장은 "구조조정 때 그만둔 사람들에게 근무연수에 따른 특별 퇴직금도 지급했다"며 "재취업 지원프로그램도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 직원들의 이직이 잦다=대표적인 오해의 하나다. 외국계 기업에 빗대 "2~3년 만에 더 좋은 곳으로 옮기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취업 전문가들의 이야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겼다.

외국계 기업 관리자들은 "전체 이직률을 보면 결코 국내 기업들보다 높지 않다"고 말한다. 회사에서도 5~10년 이상 장기 근속한 사람들을 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에 진출한 역사가 오래된 외국기업의 경우 국내 기업보다 10년.20년 장기 근속자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지멘스코리아 정민아 과장은 "10년 이상 근속자가 전체 직원의 20% 정도"라고 전했다. 국내 진출한 지 11년 되는 로레알 이선주 부장은 "회사에서 10주년 이상 근무자에게 200만원 상당의 여행권을 준다"고 말했다.

아그파코리아는 평균 이직률 10%에 평균 근속 연수가 6년이다. 한국아그파산업(생산공장)쪽은 11.5년으로 더 길다. 아그파가 한국에 들어온 1991년 이후 지난해 두 사람이 처음으로 정년퇴임을 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1년간 연장 근무계약을 해 올해까지 근무를 늘렸다.

◆ 출퇴근 시간 등 근무 분위기가 자유롭다=제약회사인 한국 BMS 등 극히 일부만 자유 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 BMS는 몇 시에 출근하든지 총 근무시간만 채우면 된다. 복장도 자율이다. 하지만 이런 외국기업들이 많지는 않다. 지멘스 관계자는 "오전 8시30분~9시30분에 아무 때나 출근하는 대신 하루 근무시간 8시간은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아그파 코리아는 오전 9시~ 오후 6시로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담배 피우러 갈 틈도 없을 만큼 바쁘다. 단 근무시간이 끝나면 정시에 퇴근하는 게 외국계 기업의 일반적인 풍속도다.

◆ 외국기업은 쉬는 날이 많다=주 5일제 도입으로 국내기업과 쉬는 날은 비슷하다. 다만 한국회사들은 휴가를 여름철에 3~5일 정도만 가는 반면 외국계 기업은 연차 휴가를 붙여 길게 가는 것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다른 점이다. 특히 유럽기업일수록 그렇다. 로레알의 이선주 부장은 "근무일 5~10일을 연달아 휴가를 붙여 2~3주간 휴가를 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지멘스에서는 휴가로 5주씩 자리를 비우는 부사장도 있다. GE는 사람에 따라 한달씩 휴가를 갖다 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계 기업은 대체 인력이 없어 여름휴가도 3일 정도만 쓴다. 그 대신 미국 본사가 노는 분위기인 크리스마스 때 연휴를 주기도 한다.

◆ 연수를 자주 간다=해외 출장은 업무협의 때문에 잦지만 연수는 의외로 적다. 물론 연수기회가 거의 없는 국내 기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말이다. 지멘스 관계자는 "해외파견이나 외국의 인턴 사원들이 한국에 와서 연수를 받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을 접할 기회는 상당히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외국계 회사들은 본사보다 아.태지역본부가 있는 싱가포르.홍콩 쪽으로 출장 기회가 더 많은 편이다.

◆ 외국계 회사는 단물만 빼먹고 간다.노조도 없다=외국계 기업을 둘러싼 가장 큰 오해다. 극소수 헤지펀드를 빼고는 외국계 기업도 국내에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또 연구개발을 통한 국내 기술 경쟁력 향상 효과를 빼 놓을 수 없다.

캐리어코리아.지멘스.모토로라.노키아.소니.롯데캐논 등 많은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 공장도 갖고 있다.

또 외국계 제조업체는 대부분 노조가 있다. 가끔 파업도 한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민주노총.한국노총 산하에 각각 한개씩, 모두 2개의 복수노조가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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