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화약고’ 중동의 맹주 … 북한 핵보다 미국에 더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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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핵무장 수순을 ▶핵시설 건설 ▶핵물질 생산 ▶핵폭탄 실험 ▶핵탄두 소형·경량화 ▶실전배치의 5단계로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두 차례 핵실험을 치른 북한은 3단계를 완료했고 이란은 2단계를 진행 중이다. 북한은 2006년 핵무장을 선언한 반면 이란은 일관되게 민간용임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입장에선 이란 핵이 북한 핵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분석한다. 남북한이 무력충돌할 가능성이 낮은 데 비해 이란은 ‘화약고’ 중동에서 반미세력의 맹주를 자처하기 때문이다. 인남식 교수는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에 이란의 세력이 미치고 이라크까지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친이란으로 돌아설 수 있다”며 “이란이 핵무장을 선언하면 미국의 중동 헤게모니는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춘근 박사는 “북한 핵은 실험 결과 기술 수준이 높지 않다는 판단이 일반적이고 원자로 가동이 중단돼 상대적으로 급박하지 않다”고 말했다.

두 나라 모두 다자대화의 틀 속에서 해결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6자회담에서 중국·러시아가 후견 역할을 맡는 반면 이란은 P5+독일과의 협상에서 러시아가 압박에 가담하며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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