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고통 줄 의도의 지나친 소음 시위는 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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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집회와 시위 중에 지나친 소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것도 폭행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서울 용산구청 안에서 한 시간 이상 시위 방송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철거민 정모(51)씨 등 두 명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집회·시위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소음을 모두 폭행으로 볼 수는 없지만 합리적 범위를 넘어서 상대방에게 고통을 줄 의도로 음향을 이용했다면 폭행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집행방해죄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함으로써 성립하는데, 폭행에는 직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뿐만 아니라 음향으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도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 등은 2005년 9, 10월 수차례에 걸쳐 확성기가 설치된 승합차를 타고 용산구청 안으로 들어가 하루 1∼5시간씩 구청장 등 공무원에 대한 욕설이 포함된 시위 방송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1심에서 각각 벌금 200만원과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2심에서는 “공무원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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