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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내각 선거관리 제대로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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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3일 정식으로 출범하게 된 박태준(朴泰俊)내각은 우선 4.13 총선을 치러내야 할 한시적인 선거관리 내각이라는 점에서 공정성의 유지가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현재 창당작업이 진행 중인 새천년 민주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이며 신당을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따라 내각의 운영에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정당이 대통령의 정치적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또한 정부는 공명하고 엄정한 선거관리의 책무도 함께 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행정력과 공권력을 선거에 개입시켰던 것이 과거의 관권(官權)선거요, 행정(行政)선거였다.

金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신당을 노골적으로 선전하고 나섬으로써 이번 내각은 출범부터 오해와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선거과정에서 신당과 朴총리의 소속정당인 자민련과의 공조 문제가 진지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권력의 공유라는 것 이외에는 공동의 명분을 잃고 있는 朴내각이 권력의 장악이라는 목표에 집착하게 된다면 공정성은 크게 훼손될 위험이 다분히 있다.

총리와 장관들이 선거 지원 나들이나 하고, 이미 봇물처럼 내쏟고 있는 선심성 정책을 계속 펴나갈 경우 경제 운영의 왜곡 등은 물론이며 선거 후에도 부정선거 시비 등 많은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내각은 또 총선 후 대폭적인 정부조직 개편의 수요에 따라 다시 한 차례 물갈이가 내정돼 있는 한시적(限時的)인 성격이 짙다.

현재 정부가 밝히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은 총선 공약과도 맞물려 있는데다가 총선 후엔 또 대폭 물갈이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면 공무원들의 일손이 제대로 잡힐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개각설로 빚어진 행정공백이 선거 후로까지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이런 점에서 朴내각은 특히 최근 우려되고 있는 물가 등 민생 문제, 사회적인 기강의 동요 문제, 만연한 공직비리 척결 문제 등에서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새 경제팀의 등장은 지금까지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선거논리에 휩싸이게 되면 우리 경제의 핵심 과제인 경제 구조조정의 지연, 관치(官治)경제의 재현 등 경제의 왜곡현상이 증폭될 우려가 없지 않으며 또다시 경제의 경직화 현상을 일으켜 위기적 상황이 되풀이될까 걱정이다.

朴총리는 이런 국민의 우려에 특히 주의해 그의 1기(期)내각으로 하여금 공정성의 원칙을 준수하면서 또한 경제 회생을 계속 추진한다는 두 개의 큰 목표를 함께 이뤄낼 수 있도록 지혜롭고 신중하게 내각을 운영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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