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경매 매물 크게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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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법원 경매 시장의 빌딩 매물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건국컨설팅이 지난 한햇동안 서울시내 빌딩 경매물건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월 평균 25건 이상이 매달 경매로 나왔으나 12월에는 10건에 불과했다.

창업 증가 등에 따른 사무실 경기 호전으로 경매물건이 크게 줄어든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금융기관들은 채권 확보에 눈멀어 담보 물건을 속속 경매로 넘겼으나 최근 들어 이를 취소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빌딩물건 감소세는 하반기 들어 두드러졌는데 금리가 떨어지고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이 줄어드는 시기와 일치해 관심을 끈다.

이처럼 시장 환경이 바뀌자 금융권에서는 싼 값에 경매로 처분하기보다 더 쥐고 있다가 채권액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는 편이 낫다고 여기고 있다.

이에 따라 경매를 신청했다 취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교보생명과 상호신용금고 등지에 2백55억여원의 채권이 물려있는 강남구 압구정동 G빌딩은 지난 98년 3월 임의경매가 신청된 뒤 두차례의 유찰을 거쳐 최근 취하됐다.

감정가 5백억여원에서 최저 입찰가가 2백90억여원으로 떨어지자 물건이 처분되더라도 채권자가 챙길 수 있는 돈이 너무 적다는 이유에서다.

또 감정가 53억원인 중구 명동 A빌딩도 4회 유찰을 거쳐 최저 입찰가가 22억여원으로 내려가자 최대 채권자인 국민은행이 지난해 11월 경매진행을 정지시켰다.

한미은행도 4백22억원의 채권을 안고 있는 강남구 강남역 인근의 H빌딩이 감정가 1백26억원에서 최저가가 80억원으로 줄어들자 경매를 취하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건국컨설팅 유종율 사장은 "경기가 나아지고 창업이 늘면서 빌딩시장이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자 좀 더 많은 채권액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권이 경매빌딩을 잘 내놓지 않고 있다" 고 전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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