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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맞은 광화문광장을 보는 엇갈린 시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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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8월 1일 선보인 광화문 광장이 9일 개장 100일째를 맞았다. 개장 이후 총 방문객 수가 500만 명을 넘을 만큼 반응이 좋다. 지난달 9일 세워진 세종대왕 동상과 지하 전시관 ‘세종이야기’를 찾는 시민도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이 ‘대한민국 상징 거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화문 광장을 바라보는 많은 각계 전문가의 시선은 다르다. 이곳을 찾은 많은 시민이 “전에 없던 새로운 공간”이라며 반긴 반면 건축·디자인 전문가들은 ‘광장’이라는 공간의 정체성이 모호하고 미학적으로도 문제점이 많다고 비판했다.

8일에도 광화문 광장에는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가족들과 함께 광장을 찾은 김병선(40·회사원)씨는 “청계천에서부터 광화문 광장으로 걸어왔다”며 “갈수록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늘고 있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대 건축학과 김승회 교수는 광화문 광장은 엄밀한 의미에서 광장이라기보다 ‘교통섬’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광장이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흘러 드는 곳이어야 한다”며 “쉼 없이 오가는 차들 가운데 신호를 받고 건너가야 한다는 점에서 광장이라 부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광장 개장 당시 22만 송이의 꽃을 심어 폭 17.5m, 길이 162m의 ‘플라워 카펫’을 조성했다가 최근 다시 뽑았다. 12월부터 개장할 3개의 아이스링크를 설치하기 위해서다. 이순신 동상 주변에는 장군의 일기대를 형상화한 ‘12·23분수’가 설치됐다. 세종대왕 동상과 육조 거리 상징물도 늘어서 있다. 또 각종 전시·행사를 위한 조명기기 등이 설치되는 등 시설물이 지나치게 많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디자이너 김산씨는 “광장이란 본래 시민들의 소통과 휴식공간이 되기 위해 비워둬야 하는데, 광화문 광장은 조야한 조형물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세종대왕 동상이 광장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는 의견도 있다. 류제홍 커뮤니티디자인연구소장은 “세종대왕 동상이 사실상 광화문을 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로에 ‘세종대왕’을 세우는 상투적 접근보다 그 정신적 유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인건비를 포함한 두 달 유지·관리비가 3억6700만원에 달해 운영의 효율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광화문 광장 문제를 조급하게 접근하지 말자는 ‘신중론’도 있다. 이뎀도시건축 곽희수 소장은 “공공 공간은 그것을 이용하는 시민에 의해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장 자체가 공간 구성에 대한 충분한 조율 없이 이뤄진 게 문제라면, 이에 대한 비판도 조급해 보인다는 의견이다.

이용심 서울시 도시활성화담당관 1축정비팀장은 “현재 광화문 광장은 미래를 위한 공간을 확보한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9월 구성한 광장시민운영위원회를 통해 합리적인 운영방안을 수용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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