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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거짓말' 상영 허가 -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 '등급보류' 악용…영화발전 도움안돼

최근 개봉된 영화 '거짓말' 을 본 관객을 대상으로 우리 단체가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83%가 이 영화는 상업성 포르노라고 응답했다.

이미 두차례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데다 이로 인한 논쟁과 시민단체의 고발로 이슈화가 되면서 관객들의 호기심은 증폭됐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이처럼 냉소적이었다.

항간에 떠돈 소문 만큼의 작품성도, 그 어떤 예술적인 코드를 읽기에도 이 영화는 한계를 지닌 것 같았다. 원작에 충실했다고 하면서, 만약 단 한 컷이라도 가위질 당한다면 개봉관에 올리지 않겠다던 감독의 의지가 개봉작에선 보이지 않았다.

영화상영 등급 판정을 받기 위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장면을 삭제하고, 일부 대사를 들리지 않게 하는 편법으로 개봉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반응은 개봉일의 한파 만큼이나 차가웠다.

원작을 살리려한 가부장적 억압에 대한 영화의 정치적 코드는 결국 상업적인 코드로 변질됐고, 이를 수용해야 하는 관객들은 실망을 안고 돌아가야 했다.

'이 영화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겠는가' 라는 질문에 관객 중 83.4%가 '아니오' 라고 답했다. 그리고 '한국 영화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라는 질문에도 78.5%가 '아니오' 라고 답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등급보류를 흥행에 역이용하려는 일부 영화인들의 얄팍한 상술은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사실 영화 '거짓말' 의 상영은 한국 영화 발전보다 값싼 성애물의 범람을 보증하는 암묵적인 공증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차라리 영화인들 스스로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싸워야할 표현의 자유가 무엇이고, 절제해야할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는 게 더욱 생산적인 일일 것이다.

일부 음란한 영화로 인해 사회적 역기능이 발생하고 이에 대해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기 전에 영화 '거짓말' 을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그 관람권을 잠시 유보하는 것도 성숙한 관객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관객들 스스로 오염된 상업주의에 물든 영화를 꾸짖고, 영화 수용자로서 주체적인 모습을 찾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전종천 <음란폭력성조장매체대책협의회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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