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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거짓말' 상영 허가 -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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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영화 '거짓말' 을 둘러싼 논란이 분분하다. 특히 한 시민단체의 검찰고발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 보장과 성숙한 문화수용 태도를 확립한다는 차원에서 고발행위는 지나치다는 측과 거짓말은 '영화' 라는 포장을 써 음란물을 배포한 것이므로 '상영중지와 함께 '처벌받아야 한다는 측의 견해를 소개한다.

◇ 판단은 관객의 몫…표현자유 침해말라

영화 '거짓말' 을 둘러싼 논쟁이 대단하다.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문화의 세기' 에 들어선 오늘 우리들의 문화적 성숙도와 새로운 문화의 수용태도를 따져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가 대중 앞에 선도 보이기 전에 한 단체가 감독과 제작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과연 옳은 일인가.

지난 세기에 한국 영화는 정부의 통제에 눌려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 그 결과 논쟁을 통해 스스로 여과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빼앗겼다. 공권력이 뜬금없이 반문화적이고 전근대적인 권위주의를 모든 국민들에게 강요했다.

규격화되고 양식화된 문화를 강요받은 적도 있다. 그 폐해는 지금도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어 자유로운 사고와 합리적인 판단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또 일부 세력들이 과거의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문화의 문외한들에 의해서 수용자의 비판능력이 거세당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특히 고발행위로 건전한 성문화가 자리잡히리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무엇보다 '거짓말' 은 관객들에 의해 심판받을 것이지 공권력이 나설 일은 아니다.

필자는 개봉전 두번, 개봉후 세번 모두 다섯번에 걸쳐 이 영화를 보았다. 그러면서 관객의 비난하는 소리와 긍정적인 소리를 귀동냥하고 다녔다. 때때로 욕을 하고 중간에 나가는 관객과도 대화를 했다. 심의에 잘려나간 대사에 관객이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지만 "잘려나간 부분이 이곳이다" 며 맞장구 치는 관객도 보았다. 작품의 완성도에 훼손을 입은 감독의 고통스런 신음소리와 동시에 출연진에 대한 신변위협 소리도 들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나의 결론은 이렇다. 문화는 바람과 같아 자연스런 흐름에 의해 정화되고 발전하게 마련이다. 여기에 사법의 잣대가 가해지면 다시 우리 문화는 이분법의 함정에 빠져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없게 된다. 제발 영화를 수용자의 몫으로 돌려라. 끝으로 감독 등 피고발자들을 구속하려면 필자도 함께 하라. 필자는 이 영화에 별 다섯개를 주면서 에로틱한 자극성이 없는, 정제되고 고급스런 느낌을 주는 영화라고 조장한 교사방조 혐의가 있기 때문이다.

양윤모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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