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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까먹기 싫고 고수익은 올리고 싶고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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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호 26면

1년 넣어뒀던 정기예금에 이자가 24.74% 붙었다?
거짓말 아니냐고? 사실이다. 그것도 지난달 23일에 있었던 일이다. 그날 만기가 된 신한은행의 ‘세이프지수연동예금8-11호’는 수익률이 연 24.74%에 달했다. 이 예금은 코스피200지수 상승률의 42.5%를 수익으로 주는 상품이다. 지난해 가입 당시 137.47이었던 코스피200지수가 만기일 217.53으로 58% 이상 오르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이 상품이 바로 주가지수연동예금(ELD)이다.

돈이 되는 금융상품 - 주가지수연동예금(ELD)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원금은 보장해주면서 시장 상승에 따라서 추가 수익도 기대해 볼 수 있는 ELD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신한은행은 ELD를 지난해 2165억원어치 팔았지만, 올해는 지난달 말 현재 판매액이 5672억원에 달했다.

ELD는 주가지수의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예금이다. 고객이 맡긴 돈의 대부분을 안전 자산인 채권에 넣고, 남은 부분을 콜옵션·풋옵션 같은 파생상품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내도록 설계됐다.

낯익은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EL(Equity-Linked)~’이 붙은 주가연계증권(ELS)·주가연계펀드(ELF) 등이 떠오른다. 이들 상품은 모두 ‘형제지간’이다.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차이점은 맨 끝에 붙은 영어 알파벳에서 드러난다. ELD의 ‘D’는 ‘예금(Deposit)’이다. 은행이 판매한다. ELS의 S는 ‘증권(Securities)’으로 증권사가 ELS를 취급한다. 그리고 ELF의 F는 ‘펀드(Fund)’다. 운용사가 상품 운용을 맡고, 은행·증권사 등이 판매를 담당한다.

이름이 말해주듯(Equity-Linked) 주가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국제유가·금값 등 다른 기초자산에 연동해 수익이 정해지기도 한다. 가입할 때 어떤 기초자산을 선택한 상품인지 확인해야 한다. ELD 대부분은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요즘은 원자재 가격 강세에 힘입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최근 월물) 가격이나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값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LD도 종종 출시되고 있다.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할 때뿐 아니라 하락이 예상될 때에도 투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이 9일까지 파는 ‘세이프지수연동예금(골드/WTI형)’ 중 ‘골드하락형’은 금값이 떨어지면 최고 연 11.7%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국민은행이 11일까지 파는 ELD 중 ‘하락수익추구형’은 코스피200지수가 30% 떨어지면 최대 연 13.9%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ELD가 형제뻘인 ELS·ELF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예금’이라는 부분이다. ELD는 예금이기 때문에 원금을 까먹을 일이 없다. 설사 은행이 망한다 하더라도 투자자는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1인당 5000만원까지는 투자한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ELS나 ELF는 원금보장형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상품을 판매한 은행이나 증권사가 망하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설마 싶지만, 지난해 가을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을 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리먼 브러더스가 발행한 ELS를 편입한 우리CS자산운용의 ‘우리2Star파생상품KH-3호’는 펀드가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했는데도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ELF는 투자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투자자에게 있는 ‘펀드’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다. ELD는 형제들(ELS·ELF)보다 안전하지만 기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최고 OO%’라는 문구에 현혹되기보다 실제 수익 구조를 따져야 한다. 국민은행이 팔고 있는 ELD 가운데 최고 17.5%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 있지만, 이 수익을 챙기려면 주식시장이 지금보다 35%는 올라야 한다. 대략 코스피 지수가 2100 선을 돌파해야 한다는 의미다. 원금은 보장해 주지만 정기예금(대부분 1년 만기)인 만큼 중도에 해지하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 국민은행 ELD의 경우 3개월이 못 돼 중도 해지하면 원금의 4.3%가 수수료로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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