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태권도 공원 지자체 서로 '눈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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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문화관광부가 2007년까지 국비 2천여억원을 들여 1백만평 규모의 태권도공원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전국의 지자체들이 서로 자기 지역에 공원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뜨겁다.

부지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자치단체가 있는가 하면 '유치위원회' 를 만들어 홍보에 나선 지자체까지 등장했다.

사업비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는데다 '태권도 성지' 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부가가치가 엄청나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화부는 현재 국토개발원에 의뢰해 공원조성 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마친 상태로 올해 어느 지역에 어떻게 조성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설계 용역을 실시한다.

태권도공원에는 태권도전당.박물관.경기장.수련장과 호텔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공원을 성지(聖地)화시켜 전세계 1백54개 국가의 태권도인들이 다녀가도록 관광자원화하겠다는 게 문화부의 생각이다.

전남도는 지난해 말 여수시 돌산읍 신복리를 후보지로 선정해 문화부에 유치건의서를 냈다. 건의서에는 시유지 68만여평과 국유지 38만여평을 무상으로 내놓겠다는 제의도 포함돼 있다.

전북에선 무주군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무주군 설천면 신곡리 임야 26만평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각종 행정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무주군 맹갑상(孟甲祥)문화관광과장은 "부지 주변에 무주리조트가 있고 자연경관이 좋아 태권도공원이 들어서기 안성맞춤" 이라고 주장했다.

1997년 12월부터 '태권도성전 춘천 유치위원회' 를 발족, 유치에 열을 올렸던 춘천시는 최근 춘천시 송암동 1백만평을 제1후보지로, 신북면 지내리 일대 1백만평을 제2후보지로 정해 문화부에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6월에 열릴 예정인 국제태권도대회도 이미 유치했다.

충북 보은군과 진천군도 지난해 유치신청서를 내놓고 있다. 보은군은 속리산 국립공원과 인접한 산외면 신정리 군유지 1백50만평을 무상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연계관광을 무기로 내세워 놓고 있다.

군유지 61만평을 내놓기로 한 진천군은 곳곳에 산재한 화랑훈련장 유적 등 태권도 탄생의 모태가 된 화랑정신이 어려있는 고장이라며 역사적 상징성을 주장한다. 청주국제공항과 인접해 있는 것도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문화부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려는 단계에서 지자체들이 너무 달려들어 곤혹스럽다" 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최종 선정할 계획이나 지자체들의 호응에 힘을 얻고 있다" 고 밝혔다.

이찬호.이해석.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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