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적으로 중국 의존 원치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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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이근 북한 외무성 국장 등 일행이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뉴욕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가 주최한 비공개 세미나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NCAFP 수석부회장 도널드 자고리아 박사의 세미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측은 “북·미 양측은 한 국가가 특정 지역(한반도)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는 것을 포함, 전략적 이해를 공유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후 문맥 및 다른 참석자의 전언으로 볼 때 중국에 대한 견제 입장을 시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한 전문가는 자유아시아방송(RAF)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측이 ‘북한에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투자하는데, 대부분 중국인이다. 우리는 전적으로 중국에만 의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측 참가자들은 이어 미국과의 관계 개선만 이뤄지면 이 지역 내 ‘미국의 존재(US Presence)’를 환영할 수 있다고 밝혀 미군 주둔 용인 의사도 나타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통일 후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에 동의한다”고 밝힌 것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한 바 있다.

이들은 또 핵 문제 해결 전에도 외국인 투자 등 경제·문화적 교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이는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우려하는 한·미·일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북측 인사들은 6자회담에 대해서도 “북·미 양자대화를 선호하지만, (6자회담 개최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일부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다. 또 유엔의 대북제제 결의 해제를 바라나 이것이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5일(현지시간) 연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워싱턴DC의 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에 참석, 기자들에게 “방북 여부에 대한 결정이 곧 이뤄질 것이며, 이번 주말에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어 방북 시기를 묻는 질문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12~19일) 이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지만 향후 수주 내에 진전이 있지 않겠느냐”며 “연내에는 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즈워스의 발언은 북·미 양자대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상당 부분 가닥이 잡혔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르면 내주부터 미국의 북·미 대화 수용 배경과 시기, 대화 의제 및 접촉 상대 등이 순차적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보즈워스의 방북 시기는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은 그 이전 오바마 대통령의 한·중·일 방문을 통해 관련국들과의 북핵 공조를 확인하고, 대북 비핵화 압력을 가할 것 같다. 이와 관련, 5일 워싱턴에 도착한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보즈워스 등과 만나 최종 조율 작업을 벌였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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