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갈 길 바쁜 쌍용차, 해외채권단에 발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에 대한 관계인 집회가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채권자와 주주들이 재판정에 입장하기 위해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갈 길 바쁜 쌍용자동차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회생 계획안 통과를 전제로 제3자 매각을 시도하던 쌍용차의 발걸음도 더디게 됐다. 이날 계획안 부결로 쌍용차의 법정관리 절차가 중단되거나 청산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앞길이 험난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돌출 악재=쌍용차가 살아남으려면 이른 시일 안에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회생계획안이 먼저 통과돼 안정적인 회사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회생계획안은 부채 처리 방안이 핵심이다.

이날 심의에 오른 회생계획안은 채권 순위에 따라 전액 현금결제, 일부 면제, 출자전환 등으로 방식을 달리해 갚는 내용이다. 계획안이 통과되려면 채권자를 담보 등에 따라 세 조로 나눈 뒤 각각 일정 수준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회생담보권자(채권액 4분의 3 이상 동의 필요), 회생채권자(채권액 3분의 2 이상 동의), 주주(주식 총수 절반 이상의 동의) 등이다.

통과가 가로막힌 건 회생채권자 조로, 찬성률이 41.2%에 그쳤다. 이들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이 쌍용차의 해외 전환사채(CB)를 보유한 해외채권단이었다. 담보를 가진 채권단 등에 비해 변제 조건이 불리한 것이 반대 이유 아니었나 추측된다.

반대표를 던진 건 ‘씨티뱅크 NA 런던 브랜치’다. 씨티뱅크는 단독 투자자가 아니라, 쌍용의 해외CB를 인수한 여러 투자자들의 대표 격이다. 이 회사를 대리하는 국내 법무법인 관계자는 “투자자 의견이 엇갈려 찬성표를 내는 데 실패했다. 전원이 반대하는 게 아니라 다음 달에는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험난한 앞길=쌍용차는 해외 CB 보유자 등 채권자들을 상대로 계획안에 동의하도록 설득 작업을 벌일 것이다. 그러나 특정 채권자만을 위해 변제조건을 좋게 만들기는 어렵다. 수많은 채권자가 있고 담보 여부나 금액에 따라 입장이 달라 특정 채권자에 맞춰 회생계획안을 대폭 수정하는 건 매우 힘들다.

다음 달 관계인 집회에서도 계획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법원이 택할 수 있는 길은 회생계획안을 강제로 인가하거나 아예 회생절차를 접고 청산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청산 후 분할 매각은 쌍용차의 공중분해와 대량실직을 의미하므로 강제 인가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더라도 쌍용차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다. 쌍용차의 생산규모나 판매모델만으로는 독자생존이 어렵다. 장기 전망을 갖고 대규모 투자를 할 만한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

이승녕·최선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